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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포커스] 한 주 남은 개막…‘응원가 문제’ 어떻게 돼가나
입력 2017-03-24 06:31 
2017시즌 개막을 앞두고 응원가 문제로 많은 팬들이 우려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응원은 프로야구를 구성하는 한 요소다. 야구장을 찾는 사람들은 경기는 제대로 보지 못해도 흥겨운 응원가를 소리 높여 따라 부르면서 선수들에게 기를 주고, 스트레스도 푼다. KBO리그에 입성한 외국인 선수들도 독특한 응원 문화에 즐거워한다. 응원가는 때때로 선수의 트레이드마크가 되기도 했으며, 팬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응원가가 늘어나면서 관련 스마트폰 어플 등도 인기를 얻었다.
그런데 최근 응원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많은 야구팬들의 걱정을 샀다. 그동안 지불했던 저작권료와는 별개로 ‘저작인격권이 문제가 됐다.
작게는 좋아하는 응원가를 부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부터 크게는 직관의 큰 묘미인 응원가가 아예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팬들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저작권과 또 다른 문제, 편곡·개사의 ‘저작인격권
KBO리그 10개 구단은 지난해까지 KBO(한국야구위원회)의 마케팅 자회사 KBOP를 통해 응원가 원작자들에게 돌아가는 저작권료를 지불했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응원가가 변형됐다는 데 있다. 저작인격권은 저작자의 의사에 관계없이 이용자로부터 저작물의 내용을 변경 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응원가들은 원곡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가사는 선수 응원 목적에 맞게 바뀌고, 멜로디 역시 야구장 분위기에 맞게 변형된다. 이 경우 원작자들은 저작권과는 별개로 저작인격권을 주장할 수 있다.
저작인격권이 야구계 화두로 떠오른 건 지난 시즌부터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시즌 2개 구단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다. 원작자가 구단에 연락해 저작인격권을 내세우며 돈을 요구했다. 구단은 원만한 해결을 위해 원작자의 요구를 수용했다. 해당 구단은 천만원 단위의 고액을 지불했다는 후문.
문제가 커지기 시작한 건 이 때부터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른 원작자들도 권리 찾기에 나선 것이다. 원작자들이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찾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구단들이 사용하는 응원가가 많은 만큼 지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었다. 문제가 커지면서 지난해 12월 10개 구단이 모인 윈터미팅 때 이야기가 나왔는데, KBOP는 각 구단에 일임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이후 여러 구단이 다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 것이다.
겨우내 원작자와의 협상은 대부분 난항이었고, 시간은 흘러 개막을 앞두고 이러한 사실들이 팬들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언론 보도를 통해 저작인격권을 인지한 원작자들의 소위 ‘한탕주의도 생겨났다. 한 관계자는 얼마 전 보도에서 수억원의 비용이 추가 발생될 것 같다는 코멘트가 나가면서 원작자, 외국곡 대행업체 등이 ‘돈이 되는구나를 실감한 것 같다.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는 업체들이 많아졌다”고 난색을 표명했다.
응원이 KBO리그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잡은 만큼 구단들의 고뇌도 깊은 상황이다. 사진=MK스포츠 DB
◆임박한 2017시즌 개막, 구단들 현 상황은
이제 2017시즌 개막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대안을 섣불리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 10개 구단이 사용하는 응원가는 자작곡도 일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부분은 기존 곡들을 변형한 것들이라 이 문제에서 자유로운 구단이 없다. 뚜렷한 방침도 결정하지 못했다. 일단 구단들의 공통된 기본 입장은 ‘팬들을 위해 원만한 합의를 끌어내는 게 우선이면서도, 동시에 원작자들의 터무니없는 요구에는 끌려 다니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문제의 소지가 일어나지 않도록 아예 새로운 곡을 만들거나 곡의 반주만 나오는 MR 음원만 트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편한 해결 방법이다. 그러나 팬들을 생각했을 때는 기존 응원가를 쉽사리 포기하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진다.
A구단은 이와 관련해 법적 검토 중이다. 최대한 문제가 되지 않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 중이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기존 응원가를 계속 쓴다거나 새로운 응원가로 당장 바꾼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B구단 역시 결정된 것이 없다. 법적 검토를 하면서, 다른 구단의 상황도 보고 있다. 바로 결정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C구단은 협상에 임하면서 다른 방안도 준비 중이다. 관계자는 자체 개발한 곡이나 문제없는 곡은 사용하지만 법적 문제가 남아있는 곡은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다”면서 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응원가를 개발하는 시즌이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전문 업체와 같이 업무를 진행해서 곡을 만들 생각이지만 팬들이 부를 정도까지가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가급적 올해 안으로 개발을 마치려고 하지만 안착하는 시간도 필요하고 하니 장담하기는 어렵다.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외국곡의 경우에는 시간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D구단 관계자는 우리 구단에서 사용하는 응원가의 약 70%가 외국곡이다. 외국곡은 본사의 지침에 따라 서류를 보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 한국 대행사와 접촉해봤는데 본사 지침을 따라야 하니 일단 기다려 달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올해부터는 저작권료 지불도 KBOP 대신 각 구단이 하게 된다. 사진=MK스포츠 DB
◆변화하는 KBO리그 저작권료 지불
상황이 어려워지니 일부 구단에서는 ‘차라리 KBOP가 한 번에 진행하면 좋겠다는 등 도움을 요청한다. 그동안 저작권료 지불 역할을 해왔던 곳이 KBOP이기 때문이다. KBOP는 응원가 사용에서 발생하는 저작권료를 저작권협회 등 관련 단체 세 곳에 일괄 지불해왔다. ‘대납이었다. 실사용자가 지불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겠지만 처음에 대납의 형태로 진행하다 보니 그 편의를 봐주며 관행으로 굳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도 2015년부터 문제가 됐고, 올해부터는 실사용자인 구단이 직접 지불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저작권료는 곡 개수와는 관계가 없다. 오로지 관중 수로만 따진다. 사상 처음으로 관중 수 800만을 돌파(833만9577명)한 지난 2016시즌 저작권료 역시 최고액을 기록했다. 총 3억원으로, 10개 구단이 3천만원씩 똑같이 나눴다. 올 시즌부터는 각 구단 관중 수에 비례해 구단이 직접 저작권료를 지불한다.
한 구단 관계자는 KBOP가 발을 빼고 구단에게 알아서 하라고 하니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나 KBOP의 입장은 또 다르다. KBOP에 따르면 그들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KBOP 관계자는 사실 1년에 한 번꼴로 원작자들이 무단 개사한 부분에 대해 클레임을 거는 경우가 있어왔다. 구단-원작자가 서로 협의하거나 무단사용 대가로 금액을 지불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저작권협회에서 풀 수 있는 부분이라면 진행하겠지만 (저작인격권 관련) 각 노래는 원작자들이 소유하는 것이라 대응하기가 좀 어렵다. 그리고 실제 사용하는 곳에서 진행하는 것이 맞기도 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KBOP는 구단들이 결국은 개사를 하지 않고 새로운 곡을 만드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구단들도 장기적으로는 모든 응원가를 창작곡으로 하는 것이 이상적이지 않겠나”라고 말한다. 물론 이에 따른 위험부담도 구단이 감수해야 할 몫이다. 한 응원가가 소개되고 정착이 되기까지 시간은 예측할 수 없다.
한 관계자는 (응원가는) 상업적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팬들이 즐기는 것으로 자리잡은 독특한 문화다. 저작인격권이 침해된다는 것은 맞지만, 다 못 부르게 하는 게 과연 맞는 건가 의문은 든다”고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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