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3월 21일 뉴스초점-'쉼 공약' 남발 대권주자들
입력 2017-03-21 20:11  | 수정 2017-03-21 20:47
'한국의 야경은 어쩜 이리도 아름다운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이 물음에 옆에 있던 한국인은 짧고 굵고 답했습니다.

'야근 때문…' 이라고요.

연평균 근로시간 2,113시간. 우리나라 근로자는 OECD 평균보다 무려 400시간 가까이를 더 일을 합니다.

때문에 과로사로 추정되는 업무상 뇌심혈관계 질환 사망자는 연평균 600명, 과도한 업무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까지 있죠.

이러니 해마다, 아니 선거 때마다 근로시간 단축은 단골 주제입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죠?

'노동시간을 단축하겠다…'
'여름휴가를 2주로 늘리겠다…'
'10년에 한 번, 1년동안 유급 안식년을 도입하겠다…'
'칼퇴근법을 시행하겠다…'

이중에 단 한 가지라도 실현된다면 더 바랄게 없겠죠. 하지만, 정말 저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지금 우리나라의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 12시간 연장근로를 포함해 최대 52시간까지 허용하고 있지만, 전체의 34%가 주 40시간 이상 일합니다.

연장근로 역시 주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휴일은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평일 야근에, 주말근무까지 다 해야하죠.


이런 와중에 여야 4당은 어제 근로시간 단축에 합의했습니다. 도저히 이 근로시간을 지킬 수 없는 중소·영세기업에 대해선 대책도 없이 말이죠.

물론, 근로시간을 줄이면 새 일자리가 생긴다는 보고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지금같이 경기 침체에 고용 악화 상황에선 이건 이론일 뿐입니다.

거기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전제조건도 빠졌죠.

바로, 임금….
근로시간이 줄면 임금도 줄어드는 건 당연합니다. 기업엔 할 일이 쌓였고, 근로자는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는데 정치권은 아무 대책 없이 그저 쉬어라, 쉬게 해주겠다는 말만 하고 있는 겁니다.

미국 정치계엔 이런 야사가 있습니다.

한 후보자가 '제가 당선이 되면 마을에 다리를 놓겠다'고 합니다. 유권자가 '우리 마을엔 강이 없다'고 하자, 후보자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그럼, 강부터 만들고 다리를 놔 드리겠습니다'

저녁을 먹고 다시 일을 해야 하는 근로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주겠다는 말과 뭐가 다를까요.

철저한 검증없이 점수를 따기 위한 대권주자들의 '쉼 공약' 남발, 이런 것 보다는 현실을 생각한 공약을 국민들은 더 애타게 바라고 있습니다. 실현될 수 있는 공약 말이죠. 국민들은 현실도 구분 못하는 대통령은 필요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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