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민연금 대형株 투자 `쏠쏠하네~`
입력 2017-03-20 17:43  | 수정 2017-03-21 11:52
국민연금이 찜해 놓은 종목들이 올해 주식시장 평균은 물론 외국인 순매수 종목 대비 초과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큰손' 국민연금이 최근 지분을 늘린 종목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의 대형주 투자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성공작이지만 새롭게 편입한 중소형주 수익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무작정 따라하기식' 투자는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20일 매일경제신문이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작년 말 현재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유가증권시장(코스피)·코스닥 전체 상장사 수는 287곳이다. 국민연금은 5% 이상 지분 보유 종목의 지분율 변동에 대해 매 분기 말 이후 5~6거래일 이내에 공시한다. 올 1분기(1~3월) 변동 사항은 다음달 초에 공개된다.
이에 따라 작년 4분기(10~12월)에 국민연금의 코스피 종목 투자금액 상위 10곳의 올해 수익률(지난 17일까지)은 12%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6.8%)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국민연금 보유 종목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은 정보기술(IT), 신한지주·KB금융·하나금융지주로 이어지는 금융주 '라인업', SK이노베이션과 롯데케미칼로 대표되는 화학 관련주가 포함된다.
이 중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하나금융지주(28.3%)로 국민연금은 이 종목에 대한 지분율을 작년 9월 말 8.8%에서 작년 말 9.72%로 높인 바 있다. 현대중공업에 대한 투자 성과도 달콤했는데 같은 기간 지분율을 7.06%에서 8.07%로 높였고 올해 주가는 22%나 올랐다.

지분율이 9.53%에서 9.85%로 오른 KB금융도 올해 주가가 21.3% 상승했다. 지분율을 높인 10곳 중 주가가 떨어진 종목은 LG디스플레이(-11%) 하나뿐이었다.
작년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운용 수익률은 5.64%로 2012년(10.21%)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대형주 상승세에 고수익률 행진이 기대된다는 게 업계 평가다. A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 원칙은 이익 증가 기업에 장기 투자한다는 원칙으로 단순하다"고 전했다.
실제 국민연금의 작년 4분기 투자 상위 10곳의 작년 영업이익 합산은 50조4909억원으로 올해 예상(증권사 3곳 이상 평균치)은 72조2737억원까지 증가한다.
작년 고수익을 안겨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42.2%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지분을 작년 9월 말 8.38%에서 작년 말 9.03%까지 높였고 올해 사상 처음으로 10%를 넘길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연일 사상 최고가를 쓰고 있는 삼성전자는 국민연금 투자로 올해 17.6% 오른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500조원대 자산을 굴리는 국민연금이 투자했다는 사실만으로 관련 종목에 수혜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반대로 국민연금이 지분을 줄인 종목은 주가가 빠지면서 증시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수익률은 국내 주식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또 다른 주체인 외국인을 능가하는 것이다.
작년 4분기 동안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종목 상위 10곳의 올해 주가 수익률은 평균 6.7%에 그쳐 코스피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외국인도 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와 같은 금융주에 투자했지만 IT나 화학주를 덜 담아 수익률이 높지 않았다. 특히 작년부터 사드 관련 악재가 계속됐지만 외국인은 작년 4분기에도 아모레퍼시픽·아모레G·LG생활건강과 같은 화장품 종목을 각각 1000억원어치 이상 순매수하며 올해 수익률에서 큰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12%나 빠졌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작년 금리 인상 예고로 외국인과 국민연금이 금융주를 동시에 찜했고 올해도 지속적으로 매수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다만 외국인은 사드와 같은 정치 변수보다는 기업 이익과 성장성에 가중치를 두고 중장기 투자하기 때문에 수익률 추이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연금의 중소형주 투자는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작년 4분기 대현·후성·보령제약과 같은 중소형주를 10곳 편입(지분 5% 이상 기준)했는데 올해 평균 수익률이 고작 0.5%에 그치고 있다.
의류업체 대현은 국민연금의 투자(지분 6.34%)에도 불구하고 올해 주가가 27.4%나 하락했다. 국민연금이 5% 넘게 지분을 확보한 보령제약 주가도 21% 폭락하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매수하더라도 업황이 좋지 않아 수익률이 낮게 나온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선 전까진 중소형주 투자 심리가 회복되기 힘들기 때문에 당분간 대형주 위주의 투자 전략이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작년 4분기 실적 개선이 어려운 중소형주 지분을 대거 줄인 바 있다. 지분 일부나 전부를 줄인 종목은 모두 71개로 코스피 중형주 35개, 코스피 소형주 6개, 코스닥 17개다. 국민연금이 투자 바구니에서 덜어낸 종목 중 82%가 중소형주라는 뜻이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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