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한국에서 제대로 된 '타운매니지먼트' 성공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나치게 아파트 분양에 매몰돼있는 경우가 많았고, 상권과 오피스의 결합도 개별 빌딩 단위로 개발이 진행됐었다.
그러나 저금리 시대에 자산가치를 올리기 위해선 타운매니저먼트를 통해 자산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점이 대두되면서 '한국형 타운매니지먼트'가 시동을 걸고 있다.
일단 기치는 공공디벨로퍼들이 들고 나섰다. 민간이 나서 타운형 개발 및 관리, 운영을 하는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만큼, LH나 서울시, SH공사 등이 나서 구역을 정리하고, 지역의 가치를 올리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 사례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무교동과 다동일대 도심활력프로젝트다. 이 지역은 오피스가 많아 주중엔 북적이지만, 주말이나 휴일 등에는 사람이 없어 썰렁하다.
이에 서울시청사 후문쪽부터 서울파이낸스센터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빌딩을 거쳐 종로구청사거리까지 연결되는 길을 '타운매니지먼트' 방식으로 살려보자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 이미 서울파이낸스센터는 후문쪽에 위치한 화단을 없애고, 이를 소공원형태로 만드는 안을 추진중이다. 5월부터 점심시간에는 평일에도 이 거리를 '차없는 거리'로 만들고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있도록 각종 문화공연과 이벤트 등을 넣어 거리를 살리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시가 '24시간 살아있는 거리'를 조성하는 역할을 맡는다면,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민간이 들어가기엔 사업성이 부족한 곳 위주로 타운매니지먼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창동·상계 일대 지역활성화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 지역은 아파트촌임에도 불구, 제대로 된 '타운' 역할을 하지 못해 발전이 정체돼있던 곳이었다. 마땅히 들어가려는 기업도 나서지 않았다.
이에 SH는 창동상계 활성화 구역의 3분의 1 정도를 선도적으로 나서 개발에 들어갔다. 첫 결실이 창동플랫폼61이다. 61개의 대형컨테이너로 건축을 하고, 이 안에 다양한 상업시설과 문화예술 관련 콘텐츠를 넣어서 인근 아파트단지 및 상업과 연계하는 '도시재생'에 나선다. 이 밖에도 SH는 노원구 중계동의 백사마을과 작년 철거된 정릉스카이아파트를 비롯한 일대 개발에 나서 '타운매니지먼트'에 시동을 건다는 계획이다. 조범주 SH 도시재생사업부장은 "공공디벨로퍼는 민간이 기피하거나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 위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다만 민간이 하다 못한 곳에 공공이 들어갔을 때 사업성을 좀 더 키울 수 있도록 계획을 변경하거나, 풀어줄 수 있는 인센티브 등의 제도적 보완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LH의 경우 천안에서 타운매니지먼트를 시작했다.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사업자간 갈등으로 수차례 유찰됐던 천안 동남구청사 용지는 LH가 디벨로퍼 역할에 나서면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천안 동남구청사는 1932년 준공후 84년이 지나 노후화된 구청사와 주변 나대지를 활용, 공공시설과 수익시설이 복합된 '타운'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천안시는 노후화된 구청사를 신축하고 어린이회관, 기숙사, 공영주차장 등과 연계해 복합개발하고, 지식산업센터를 지어 일자리창출을 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총 451가구의 아파트와 함께 주변 상가도 아파트를 짓는 현대건설이 최소 5년 이상 통합 운영 및 관리를 하기로 해 지속성을 높였다. 총 1만9816㎡ 넓이의 부지를 하나의 타운으로 묶고, 연결성 있게 개발하는 중간 매개자 역할을 LH가 담당하는 것이 핵심이다.
[박인혜 기자 /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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