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美금리불안 끝…코스피 사상최고가 뚫나
입력 2017-03-16 17:46  | 수정 2017-03-16 20:12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향후 점진적 통화 완화 추세가 확인되면서 대통령 탄핵에 이은 또 다른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국내 주식시장에 본격적인 '훈풍'이 불고 있다. 여기에 국내 기업의 강한 이익 개선 추세와 원화 강세 예상에 따른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까지 이어져 상승 랠리가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17.08포인트(0.8%) 오른 2150.08을 기록했다. 2150을 돌파한 것은 2015년 4월 27일(2157.54) 이후 23개월 만에 처음이다. 코스닥도 사흘 만에 상승해 전날보다 0.85% 오른 613.88을 기록했다.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2718억원을 사들이며 9일 연속 순매수를 나타냈다. 이 기간 2조원 넘게 국내 주식을 샀다.
국내 수출 지표가 양호한 가운데 코스피 기업의 주가가 저평가된 데다 원화 강세로 환차익까지 노릴 수 있어 외국인 매수에는 최적 여건이 조성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작년 말 1200원대에서 최근 1130원대로 달러화 대비 원화값 강세가 나타나면서 당분간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미국 금리인상 소식에도 코스피는 올해 최고치를 찍었다. 통상 금리인상이 글로벌 자금 유동성을 축소시켜 주가 악재로 인식되지만 투자자들은 이번 금리인상이 속도 면에서 빠르지 않고 온건하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주가에 상승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조재민 KB자산운용 대표는 "금리인상 속도가 공격적이지 않다는 것은 긍정적 신호로 당분간 국내 주식시장 랠리가 이어질 것"이라며 "다음달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이 또 다른 분기점인데 여기서도 결과가 좋으면 3개월 내 코스피 2200선 돌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상반기에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종가 2228.96·2011년 5월 2일)를 경신할 것이라는 공격적인 예측까지 내놓고 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에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찍을 것"이라며 "금리인상이 미국 경기 회복의 자신감에서 나온 만큼 올해는 국내 기업이 이익은 물론 매출 성장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과거 기업 이익이 주가를 견인해왔다는 점도 대세 상승론에 힘을 싣는다.
IBK투자증권이 최근 37년(1980~2016년) 동안 국내 금리와 이익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단 한 번의 예외 구간(2003년)을 제외하면 기업 전체 이익이 상승할 때 금리가 점진적으로 올라도 주가는 급등하거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에는 이라크전쟁, 북핵 문제, 카드채 사태가 한꺼번에 터져 불확실성이 높았다.
이런 분석에 따르면 기업의 이익이 올라가고 금리가 떨어질 때 주가 상승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미국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동결 상태인 국내 금리 수준을 고려하면 주가 상승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은 "미국의 100년치 데이터를 보면 금리가 하락해도 주가가 급락한 적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기업 이익이 급감했다"며 "결국 주가에는 금리보다 이익이 더 중요하다는 게 국내외 통계적으로 증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코스피 상장사 전체 이익은 2015년 125조원에서 지난해 146조원으로 17.2% 상승했다. 올해는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를 바탕으로 사상 최고치인 167조원까지 예상된다.
이날도 올해 이익 개선이 지속되는 종목 위주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포스코 등 철강업종은 3.9% 올랐고 의료정밀(2.3%), 운수창고(2%), 건설업(1.5%) 등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증권업종도 평균 3.6% 급등했는데 이 중 키움증권은 전일 대비 무려 7.3%나 올라 최근 1년래 최고가를 기록했다.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한국금융지주, 유진투자증권도 올라 최고가를 줄줄이 달성했다. 미국이 점진적인 금리인상을 시사하면서 채권금리가 안정을 찾은 데다 주식시장이 활기를 찾을 것이란 예상 덕분이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선 '대장주' 삼성전자가 4일 연속 오른 가운데 장중 한때 210만원을 넘으며 사상 최고가를 썼다. 또 다른 정보기술(IT) 종목인 SK하이닉스도 0.7% 올랐다.
한편 미국 금리인상 결정을 앞두고 급등했던 국내 채권금리는 이날 전 구간에서 일제히 하락세로 마감했다.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097%포인트 떨어진 1.881%, 20년물 금리는 0.092%포인트 내린 2.223%를 기록했다. 그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을 대비해 채권 비중을 줄였던 투자자들이 갑작스럽게 매수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날 외국인은 국채선물시장에서 3년물 2만23265계약, 10년물 5136계약을 동반 순매수했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이번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는 3월 기준금리 인상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상 후 얼마나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릴 것인지가 관건이었다"며 "미 연준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국내 채권금리가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장기적으로는 시장금리가 상승세를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 김효혜 기자 /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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