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장기로 불리는 간은 손상되어도 쉽게 증상이 드러나지 않아 질병이 발생하여 자각 증상을 느낄 때는 이미 손상이 많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국내 간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2위로, 다른 질병보다 상대적으로 사망률이 높은 편이다.
2016년에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간암은 남녀를 합쳐 1만 6,178건, 전체 암 발생의 7.5%로 6위를 차지했다. 인구 10만 명당 조발생률(해당 관찰 기간 중 대상 인구 집단에서 새롭게 발생한 환자 수)은 31.9건이다.
간암의 경우 남녀의 성비는 2.9:1로 남자에게 더 많이 발생했다. 발생 건수는 남자가 1만 2,058건으로 남성의 암 가운데 4위를 차지했고, 여자는 4,120건으로 여성의 암 중 6위다. 남녀를 합쳐 연령대별로 보면 50대가 27.2%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25.2%, 70대가 24.8%의 순이었다.
◆ 간암 발생의 위험인자
간암은 발생과 관련된 위험인자가 다른 암들보다 잘 알려져 있다. 만성 B형 또는 C형 간염, 간경변증, 알코올성 간질환, 비만이나 당뇨와 관련된 지방성 간질환, 그리고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특정 곰팡이류가 만들어내는 발암물질 아플라톡신 B(aflatoxin B) 등이 간암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2014년 대한간암학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간암 환자의 72%가 B형 간염바이러스(HBV, hepatitis B virus), 12%가 C형 간염바이러스(HCV, hepatitis C virus)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9%가 알코올, 4%가 기타 원인과 연관이 있었다.
B형 간염바이러스 만성 보유자는 대부분이 바이러스를 지닌 어머니에게서 출생 시에 감염되며, 반 이상이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증으로 진행한다. 해마다 간경변증 환자의 1~5%에서 간암이 발생하고 있다. 간암은 간경변증이 심할수록 연령이 높을수록 잘 발생하며, 남자에게 더 흔하다. 이 요소들이 길게는 수십 년에 이르는 오랜 세월 동안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그것이 축적되어 암이 생기므로, 평소에 위험요인들을 피하면서 간암 예방에 유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음주는 간암의 주된 요인 중 하나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알코올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과도한 알코올 섭취는 간경화를 유발하고, 이는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알코올은 특히 C형 간염바이러스(HCV) 감염자에서 간암 발생률을 높이며, B형 간염바이러스(HBV) 보유자에서도 간암 발생을 앞당기므로 주의해야 한다.
흡연도 간암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담배 연기가 폐로 흡수되면서 각종 유해물질이 간을 포함한 전신으로 퍼져 물질대사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국제암연구기관에서는 술과 함께 흡연도 간암의 1급 발암원으로 분류했다. 흡연과 음주를 함께하면 간암 발생 위험이 더욱 증가한다.
과체중이나 비만도 간암을 유발할 수 있는데, 비만과 관련된 인슐린 저항 상태가 발암 과정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특발성(발병 원인을 잘 모름) 간경변증이나 만성 간염 같은 전구질환(먼저 생긴 병변이 더 중대한 병을 속발시켰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앞선 병변을 이르는 말)이 있는 경우에는 과체중과 비만으로 인한 간암 발생 위험도가 더욱 높아진다. 더구나 비만인 사람의 간암 발생 위험도는 정상 체중일 경우의 약 2배에 달한다.
부패된 땅콩이나 옥수수 등에 생기는 아스페르길루스(Aspergillus)라는 곰팡이에서 생성되는 아플라톡신 B1이라는 발암물질을 섭취할 경우에도 간암에 걸릴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이 곰팡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강남지부 건강증진의원 김지연 과장은 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금연과 절주, 올바른 식습관과 적당한 운동을 통한 체중관리가 필요하다. 튀기거나 기름진 음식은 줄이고 섬유소가 풍부한 채소, 곡물, 과일, 양질의 단백질 등을 섭취해야 한다.”며 간암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람은 6개월마다 복부초음파 검사와 혈액검사를 통해 정기적으로 간 건강을 체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 매경헬스 서정윤 기자 ] [ⓒ 매경헬스 & mkhealth.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