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은행권, 대면거래 비중 축소 잇따라…`컴맹` 노년층은 어쩌나?
입력 2017-03-14 14:49  | 수정 2017-03-15 16:08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대면 거래를 줄이는 서비스를 선보이며 대면거래에 패널티를 부과하고 있다. 인건비와 임대료 등 대면 거래 시스템를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다.
하지만 정보기술(IT)기기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대면거래에 부과되는 패널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대면거래 채널이 줄어들면 노년층이 금융범죄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은 전국 영업점 창구에서 작성하던 각종 거래 신청서를 전자펜과 태블릿PC를 이용하는 '디지털창구'로 대체한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우리은행도 최근 창구 대신 생체정보로 본인인증을 할 수 있는 키오스크로 업무를 처리하는 '위비 스마트 키오스크 제도'를 도입했다.
디지털창구를 도입하며 은행원이 소비자를 직접 응대하는 대면창구에 대한 추가 수수료도 부과를 시도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부터 창구거래를 하는 소비자에게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동입출금(ATM)기, 인터넷, 모바일을 통해 할 수 있는 단순 입출금 업무를 창구에서 은행원을 통해 하는 소비자가 자신을 응대하는 은행원의 인건비를 일부 부담하라는 취지다.

한국씨티은행도 지점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소비자의 계좌잔고가 1000만원 이하이면 월 5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만 60세 이상 노년층, 만 19세 이하 미성년자, 기초생활보호대상자·새터민·장애인과 같은 사회배려계층 등은 계좌유지 수수료를 면제받는다. 금융업계는 은행권이 비대한 영업조직을 축소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대면거래 수수료 도입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행권이 대면거래 창구 축소에 나선 이유는 오프라인 지점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로 예대마진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점포 임차료, 지점 직원 인건비라도 아끼려는 것. 실제로 지난 2014년 4008개이던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점포 수는 지난해 말 3805개로 5.1% 감소했다.
하지만 IT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이 대면거래에 패널티를 부과하는 은행권의 움직임에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온라인을 다루는 데 미숙한 노인들은 여전히 은행창구를 이용하고 있다"며 "특히 노인들은 수수료 인상이 곧 가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수수료 신설에 대해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면거래 창구가 사라지고 디지털거래가 보편화되면 노년층이 금융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진다. 실제 금융·사법당국이 노인단체들과 손잡고 노년층을 위한 보이스피싱 예방교육을 따로 마련할 정도로 노년층은 금융범죄 대처에 취약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은행권이 대면거래 서비스를 축소하면 노년층들은 금융범죄조직의 손쉬운 먹잇감이 될 수 있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진행 단계가 앞서 있는 일본의 금융업계는 노년층을 배려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 주요 언론은 전국 86개 금융기관이 70세 이상 노인들은 ATM 송금이체를 못하게 하거나 소액으로 제한하는 대책을 전국적으로 보편화할 예정이라고 12일 보도했다. 이 조치는 디지털 기계에 미숙한 노인을 타깃으로 한 범죄가 증가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이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일본 은행들은 직전 1~3년 동안 실적이 없는 70세 이상 노령층에게는 송금 상한액을 '0'으로 설정해 창구납부를 유도한다. 군마은행은 3년 내 현금카드 송금실적이 없는 노인의 하루 송금한도를 20만엔(약 202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노령층들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한 대면거래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디지털뉴스국 이경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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