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탄탄한 지배구조…화승그룹 실적·주가 쑥쑥
입력 2017-03-02 17:56 
매출 4조원 규모 중견 그룹인 화승그룹이 안정적인 지배구조에 힘입어 그룹 실적과 주가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1953년 부산에서 동양고무공업으로 시작한 화승그룹은 신발, 고무, 자동차 부품 등을 생산하는 글로벌 중견 기업이다.
2일 재계와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화승그룹 지주회사 격인 화승알앤에이는 지난해 981억원 규모 영업이익(예상치)을 낸 데 이어 올해엔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할 전망이다. 화승알앤에이는 호스를 비롯한 자동차 부품과 항만용 벨트 등 산업용 고무가 주력 상품인 업체다.
2014년 초 주당 1만5000원 선이었던 화승알앤에이 주가는 2일 주당 3만5000원에 마감해 3년여 만에 두 배 넘게 뛰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연말 예상 실적 대비 주가수익비율(PER)이 4배 정도로 주가는 더 오를 여지가 크다"며 "해외 공장 투자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다소 높은 부채비율(300% 초반)도 점진적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승알앤에이가 지분 19.38%를 가진 자회사 화승인더스트리 성장세는 더 놀랍다. 2014년 147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2015년 443억원, 2016년 781억원으로 급성장했다. 화승인더스트리는 올해 영업이익 1000억원을 넘길 것이란 게 증권가 관측이다. 화승인더스트리는 필름, 화학 사업과 함께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신발을 만드는 업체다.
2014년 주당 1000원 안팎이었던 주가는 2일 주당 1만500원에 마감해 불과 3년 만에 주가가 10배가 됐다.
조현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신발 부문 매출 성장세가 가팔라 앞으로도 고성장이 기대된다"며 "주거래처 중 하나인 아디다스와의 거래가 크게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말 예상 실적 대비 PER도 9배 선으로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화승그룹의 급성장 이면에는 안정적인 지배구조 승계가 있었다는 평가다. 화승그룹은 2013년부터 3세 경영 체제를 위한 승계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현승훈 화승그룹 회장의 장남인 현지호 화승그룹 부회장은 2013년 9월 계열사 화승티엔드씨가 보유한 화승알앤에이 지분 94만2938주를 매입하며 2.32%였던 지분율을 16.93%로 크게 늘렸다.
2014년 7월과 2015년 4월에는 (주)화승으로부터 화승알앤에이 지분을 각각 9만5970주, 10만1030주 사들여 아버지 현 회장을 제치고 화승알앤에이 최대주주(지분율 19.98%)에 올랐다. 세 차례에 걸친 지분 매입 과정에서 현 부회장이 들인 돈은 202억원으로 추정된다. 오너 일가가 지주회사 지분을 장내에서 대거 사들이며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며 책임경영 의사를 피력한 것이다.
다소 복잡했던 지분구조가 화승알앤에이를 정점으로 수직구조를 이루자 본업에 집중하며 실적이 뛰는 선순환구도가 나타난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현 부회장의 지분 매입 이후 화승알앤에이의 대주주 일가 지분율은 37.9%에 달해 경영권 방어에는 큰 무리가 없는 구조가 됐다. 지난해 화승그룹은 화승알앤에이 손자회사 격인 화승엔터프라이즈를 추가로 상장했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화승인더스트리의 베트남 법인 '화승비나'의 국내 상장을 위해 지난해 11월 만든 법인이다. 그룹 차원 지배구조 안정화에 따른 실적 강화 자신감을 드러낸 결과라는 평가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운동화 생산 거점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이미 베트남 생산 기반이 확고해 경쟁 우위에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상장사인 화승알앤에이와 화승인더스트리가 순환출자 구조로 엮여 있는 것을 비롯해 추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지분 이동 과정에서 계열사 주가가 출렁일 수 있는 변수는 남아 있다.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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