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文이 이겨도 임기 3년" 분권형 대통령제 시동거는 민주당 非文
입력 2017-02-24 14:00 

'분권형 대통령제·차기 대통령 임기 3년'을 골자로 한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의 단일 개헌안 추진에 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대통령 임기 3년'이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사실상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대선 국면에서 '태풍의 눈'이 될 지 주목된다.
당내 개헌파 주도로 23·24일 이틀간 '개헌워크숍'을 개최한 민주당은 3월 초 의원총회를 통해 개헌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다른 정당의 개헌 압박 움직임에 대해서는 "절차와 내용 면에서 다 부적절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논의 속도가 다소 느리고, 당 대선 주자들이 '대선 전 개헌'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는 상황에서 당내 개헌파와 '비문(비문재인)'을 중심으로 불만이 높아지면서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범여권, "탄핵심판 전 발의" 속도전
바른정당이 김무성 의원의 주도로 '대선 전 개헌'에 동참하자 자유한국당은 천군만마를 얻은 듯 고무된 분위기다. 원내 2, 3, 4당인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조기 개헌을 향한 단일대오를 형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의 발로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24일 "조속한 시일 내에 국민의당, 바른정당과 협의해 3당 단일안을 만들 것"이라며 "이제 남은 건 민주당 뿐이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의미있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어 개헌에 소극적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향해 "당장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고 대선 전 개헌에 반대하는 대선주자는 개혁에 저항하는 수구세력"이라며 "개헌은 분권과 협치, 통일 시대를 열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최고의 정치개혁"이라고 칼날을 벼렸다.

한국당 개헌특위 위원장인 이철우 의원도 이날 "빠른 시일 내에 야당과 합의안을 만들고 200명 이상 서명을 받아 탄핵 전에 발의되도록 하겠다"며 "대선주자 몇명 때문에 못한다면 역사에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대선 전 개헌을 사실상 당론으로 채택한 바른정당은 여진이 남았다. 대선 전 개헌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해온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개헌안이)국회 표결로 넘어오면 의원들이 각자 표결하게 된다"며 "(개헌 가결이)쉽지 않은데 개헌을 고리로 하려는 분들이 있으니 해보라는 정도의 뜻으로 합의된 듯 하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특히 "권력구조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이 다양해 특정한 권력구조에 (의견이)모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을 해보자는 단계이니 지켜보자"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역시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해 내부에서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문'…개헌發 '태풍' 휘말리나
이같은 개헌 논의에 문 전 대표 측은 "3당이 논의한다고 새롭게 입장을 밝힐 필요는 없다. 개헌에 관한 입장은 이미 기존에 다 밝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비문'진영 주도로 이뤄지는 개헌 논의가 차기 대통령 임기까지 진행되는만큼 3당의 단일 개헌안이 나오면 '이대문(이대로 가면 대통령은 문재인)' 기류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실제로 민주당 내부에서도 '민주당을 제외한 3당이 개헌안을 만들고 공동발의하면 대선 구도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 의원 중 80%가 '분권형 대통령제'를 말하는데 3당 단일안이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면 막을 명분을 찾기 쉽지 않다. 대선 후보들 역시 반대했다가 자칫 대선 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어 소극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자칫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돼도 '3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 통과 역시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개헌안의 경우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국회에서 의결된다.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의석수를 더하면 165명인만큼, 민주당에서 의원 35명만 이탈해도 국회 의결이 가능해진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개헌안 반대는 당론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의원들 소신에 맡겨야할텐데 이 경우 본회의 통과를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며 "여론 역시 '탄핵 인용 후 제도적 개혁을 위한 개헌'이니 시비를 걸기 어렵다. 문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민투표에서도 '차기 대통령 임기 3년 찬반투표'라는 인식이 생기면 과반을 넘을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안이 통과되는데 40여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으면 대선 전에도 개헌이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연립정부론? 권력 나눠먹기?
다만 이번 개헌이 차기 대통령 임기를 축소하는 내용이 담긴만큼 '정략적 개헌'이라는 시비가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개헌을 추진하는 3당과 향후 변수가 될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 등이 정치권의 대표적인 '비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개헌을 매개로 문 전 대표를 무작정 압박한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대선주자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상승세 역시 변수다. 민주당 제외 3당이 추진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는 국회에서 선출한 총리에 권한을 대폭 넘기는 '연립정부'에 가까운 형태다. 연립정부 구성을 통해 국정 안정을 유지한다는 계산인데 '연정'을 주장하는 안 지사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면서 안 지사가 민주당 최종 후보가 될 경우 민주당을 제외한 '연립정부 구성'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헌철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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