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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21·29’ 불가피한 등번호 교체 사연도 각양각색
입력 2017-02-14 17:42  | 수정 2017-02-14 17:45
김재호는 두산에서 52번 유니폼을 입지만, 대표팀에서 3번 유니폼을 입는다. 사진(日 오키나와)=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日 오키나와) 이상철 기자] 야구경기에 한 팀에서 같은 등번호를 둘 이상이 쓸 수 없다. 등번호 배정에는 양보와 타협, 그리고 눈치싸움(?)이 필요하다.
WBC 대표팀도 그 과정을 거쳤다. 지난 13일부터 이름과 등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훈련 중이다. 일부는 등번호가 바뀌었는데, 그들마다 사연이 있다.
야구선수에게 등번호는 의미가 크다. 등번호는 곧 선수를 상징한다. 예를 들어 10번은 이대호, 34번은 최형우, 52번은 김태균, 54번은 양현종이 떠오른다.
보통 소속팀에서 사용했던 등번호를 대표팀에서도 계속 쓴다. WBC 대표팀 최종 엔트리(28명)에 포함된 선수들은 지난해 11월 희망 등번호를 제출했다. 1개가 아니라 여러 개가 가능했다. 대다수가 기존 등번호를 고수했다.
모두 다 ‘무혈입성하면 좋겠지만 모두 다 그럴 수는 없다. 등번호가 중복될 경우, 누군가는 불가피하게 새 등번호를 쓸 수밖에 없다.
28명의 선수 중 4명은 등번호가 변경됐다. 주장 김재호(52번→3번·두산)를 비롯해 박희수(47번→21번·SK), 심창민(18번→19번·삼성), 장시환(28번→29번·kt) 등은 새 등번호를 달았다.
기본적으로 넷 다 희망 등번호가 중복됐다. 상대적으로 대표팀 입지가 높은 김태균(52번·한화), 박석민(18번·NC), 장원준(28번·두산)이 2대1 경쟁률을 이겼다.

박희수는 강민호(롯데)에게 47번을 양보했다. 그리고 동국대 시절 등번호였던 21번을 택했다. 공교롭게 강민호가 빠지면서 47번이 주인 없는 등번호가 됐다.
21번은 그 동안 대표팀에서 오승환의 등번호였지만, 지난해 11월 당시 오승환은 최종 엔트리에 빠져있었으며 추가 발탁 여부도 불확실했다.
박희수는 (오)승환이형이 뽑히기 전이라 희망하는 등번호로 21번을 골랐다. 다시 한 번 달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박희수와 다르게 김재호, 심창민, 장시환은 새 등번호와 특별한 인연은 없다. 선택의 폭은 크지 않았다. 김재호는 몇 번을 골라야 할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1순위로)등번호가 정해진 뒤 비어있는 등번호에서 결정해야 했다. 그냥 편하게 내야수가 많이 쓰는 등번호로 3번을 택했다”라고 설명했다.
생각 외로 경쟁이 치열한 건 19번이었다. 심창민은 2015 프리미어12 당시 55번을 썼지만 19번으로 바꿨다(이대은은 지바 롯데 시절 등번호가 38번이었으나 2015 프리미어12처럼 2017 WBC에도 11번을 달았다). 19번은 은퇴 후 삼성 코치로 부임한 정현욱 코치가 2009 WBC 출전 시 사용했던 등번호이기도 하다.
WBC 대표팀 내 55번을 희망한 선수는 없었다. 교체한 이유를 묻자, 심창민의 답은 간단했다. 그 동안 쓰지 못했던 등번호를 쓰고 싶었다.”
장시환도 심창민과 더불어 19번을 원했다. 장시환이 넥센 시절 따르던 선배가 송신영(한화)이다. 스승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때문에 송신영의 등번호 19번을 원했지만, 장시환이 배정 받은 건 19번이 아닌 29번이었다. 29번은 대표팀에서 좌완 에이스로 활약했던 김광현(SK)의 등번호다.
한편, 어깨 수술을 한 김광현의 이탈로 오승환은 지난달 최종 엔트리 빈자리 하나를 채우게 됐다. 이미 21번은 박희수이 쓰기로 돼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의 등번호인 26번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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