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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철홍 한라 사장 "리스크관리·현장조직 강화 효과 가시화"
입력 2017-02-14 17:31  | 수정 2017-02-14 20:47
서울 송파구 한라 본사의 박철홍 사장(60·사진) 집무실. 정보기술(IT) 업계의 스마트 오피스처럼 사방이 트여 있다. 지난 9일 만난 박 사장은 "변화를 위해 주변 정리가 필요해 1월에 사무실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며 "수년 동안 적자로 힘들었던 상황을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우리 직원들이 일하는 공간도 밝고 환하게 바꿨다"고 소개했다.
한라는 2016년 결산 결과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2012년 이후 2015년(1144억원)까지 이어진 적자행진을 마감하고 작년에는 13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연결기준 매출액은 다소 줄었지만 영업이익(911억원)은 전년 310억원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부채비율과 차입금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 말 일제히 한라의 신용 등급을 'BBB/안정적'으로 올렸고 한라는 올해 초 4년4개월여 만에 공모채 시장에 다시 발을 들이게 됐다.
"지난해 3월 사장으로 취임하고 보니 채무 이자만 매년 700억여 원씩 나가더군요. 변화가 절실했습니다." 적자의 늪 속에서 당장 필요한 건 '발전'에 앞서 '생존'이었다.

박 사장은 현금 흐름 위주의 차입금과 리스크 관리를 핵심 과제로 삼았다. 사업이 지연되던 동탄물류단지는 해외펀드로부터 6500억원 규모 투자 유치를 받아 630억원의 현금을 회수했고 중국 톈진의 주택개발사업 마무리를 통해 현지법인으로부터 총 1454억원을 받았다. 비용 줄이기와 원가 관리를 진행하면서도 수주 작업은 꾸준히 이뤄졌다. 지난해 12월에만 동탄경부고속도로 직선화 공사와 위례신도시 오피스텔 등 총 4000억여 원 규모 공사를 따냈다.
조직과 인사 측면에서는 기획형 개발사업과 이를 위한 설계 역할 강화·해외사업 체계화를 추진하기 위해 현장과 사업본부 중심으로 인력을 재배치했다. 미래본부와 IT센터는 각각 한라그룹의 신규사업실과 통합IT실로 합쳤다.
박 사장은 "그룹 미래전략실과 함께 사물인터넷(IoT) 등 4차산업 관련 먹거리 사업을 만들어 2021년 이후에는 비건설 신규 사업의 비중을 30%까지 확대하는 것이 중장기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조직이 변하면서 직원들이 겪는 고충도 적지 않았다. 박 사장은 '계급장'을 떼고 직접 소통에 나섰다.
"취임 후부터 지금까지 과장, 대리, 사원을 위주로 모아 서로 힘든 점을 얘기했습니다."
작년 6월 300만주를 모집한 한라 유상증자는 임직원들이 대거 신청하면서 청약률이 130%를 기록했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보답으로 100만주를 직원들에게 무상 증여할 정도였다.
한라가 백척간두 같던 상황을 뛰어넘었지만 올해 건설·부동산 시장은 전망이 좋지 않다. 박 사장은 "위기는 언제나 있었다"며 "경영이란 역전의 역전의 역전을 이뤄내는 것 아니겠느냐"고 자신 있게 말했다.
한라의 올해 목표는 오히려 영업이익 1021억원 초과 달성이다. 철도·항만·공항 등 사회간접자본(SOC)사업 외에 기획 제안형 사업, 뉴스테이·지주공동 주택사업에 주력할 예정이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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