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안보사령탑 플린 낙마로 다리 풀린 한국 외교
입력 2017-02-14 17:01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러시아와의 부적절한 내통 의혹 등에 휩싸여 결국 낙마했다. 플린 보좌관은 트럼프 정부 안보라인에서 한국과 가장 깊은 관계를 맺어온 인사여서 플린의 갑작스런 추락에 한국 외교도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악관은 1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플린 보좌관이 사퇴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25일만으로, 플린은 트럼프 정부 들어 초단기에 낙마한 고위급 인사가 됐다.
플린은 지난 달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 대사와 접촉하면서 러시아 제재 해제 문제를 사전 논의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폭로돼 곤욕을 치렀다. 뿐만 아니라 이 문제와 관련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롯한 백악관 주요 인사들에게 거짓 해명을 한 것이 드러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플린은 사퇴를 발표하면서 "NSC 국가안보보좌관 임무를 앞두고 외국 장관, 대사들과 여러 차례 통화했다"며 "원활하게 정권을 이양하고 대통령과 해외 지도자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플린은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 외에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의 갈등설 등이 제기되면서 문제를 야기해 왔다. 현재 국방장관 이후 국방부 후속 인사가 진척되지 않고 있는 것이 플린과 매티스 장관의 불협화음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또 최근에는 NSC 장관급 회의 고정 참가자에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 고문을 포함시킨 행정명령 초안 마련을 주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질타를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배넌 수석고문을 등에 업고 국방부 등 여타 안보라인과 갈등을 야기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플린은 지난 해 대선 초기부터 트럼프 캠프에서 외교·안보 정책 성안에 참여해 온 트럼프 정부의 안보라인 핵심인사였다.
플린의 갑작스런 낙마로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정책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신속하고 기민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에 플린 사퇴 등 안보라인 공백은 트럼프 행정부의 초동 대응에 허점을 보일 수 있다.
플린의 사임 소식에 한국 외교부 내에는 허탈감과 실망감을 표출하는 목소리들이 이어졌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뒤 일주일 만에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된 플린에 '올인'하다시피 외교력을 집중했다. 국가안보보좌관은 미 상원 청문회 없이 임명되는 자리였기에 트럼프 인수위 기간 플린은 트럼프 인수위와 한국 정부간 유일한 고위급 외교 소통 채널이기도 했다.
정부는 트럼프 정부 출범 전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임성남 외교부 1차관, 김홍균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류제승 국방정책실장 등을 미국으로 보내 플린과 면담을 갖고 한·미 현안 문제에 대한 정책조율을 했다. 플린은 오바마 정부에서 국방정보국(DNI) 수장을 역임했던 만큼 북핵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한·미 대북 공조에서 그의 역할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다.
플린의 빈 자리는 당분간 키스 켈로그 NSC 사무총장이 대행할 예정이다. 켈로그는 학군단(ROTC) 출신으로 1967년 미 육군 소위로 임관해 베트남전에 참전했으며, 그레나바 침공, 이라크전 등에 참가한 베테랑이다. 중장 퇴역 이후 오라클에서 고문으로 일했다.
플린의 공식 후임으로는 켈로그 직무대행을 비롯해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밥 하워드 예비역 해군중장 등이 거론된다. 퍼트레이어스는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CIA 국장과 중부사령부(CENTCOM) 사령관 등을 지냈으며 트럼프 당선인 시절 국무장관 후보 대열에도 올랐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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