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트뤼도 정상회담, 겉으론 `화기애애` 안으론 `온도차`
입력 2017-02-14 16:40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띄면서도 무역·이민정책 등에서 이견을 드러냈다.
이날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두 정상이) 보여주기식 미소를 띄었지만, 그 뒤에는 분명한 이견이 있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트뤼도 총리는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뿌리 깊은 경제적 이해관계를 인식하고 있으며, 양국 모두에 성장과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두 정상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엇갈린 견해를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캐나다와 아주 뛰어난 무역 관계를 갖고 있다"면서도 "무역 조건을 약간 고칠 것"이라 말했다. NAFTA 재협상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캐나다와의 무역관계는) 남쪽 국경에 있는 나라(멕시코)보다는 훨씬 덜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WP는 "트뤼도 총리가 원하던 것을 획득했다"고 평가했다.

트뤼도 총리는 "미국의 35개 주에게 캐나다는 최대 수출시장이며, 하루 20억 달러의 교역을 통해 우리는 (서로) 이익을 얻고 있다"며 "캐나다와 미국은 언제나 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파트너로 지내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NAFTA 재협상 방침을 밝혀온 탓에 무역논의는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현안으로 꼽혀왔다.
캐나다 현지언론들은 정상회담에 앞서 캐나다 정부도가 다른 논쟁거리들을 제쳐두고 무역논의에 집중할 것이라고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캐나다의 대미수출은 캐나다 전세계 수출의 75%를 담당한다. 미국에 있어서도 캐나다는 2016년 상무부 발표 기준 전세계 2위 무역대상국이다.
두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으로 대표되는 이민정책을 놓고서는 정반대의 의견을 내놨지만, 서로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힘쓰는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이민 행정명령을 "상식"이라고 칭하며 "미국은 잘못된(wrong) 사람을 입국시킬 수 없다. 나는 이 정부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트뤼도 총리는 "나는 내가 말한 대로 하고 있다. 우리는 계속해 난민을 받아들일 것을 약속한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그러나 "캐나다 국민은 내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자기 나라를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직접적인 대결구도를 피해갔다. 그는 "양국이 다른 접근법을 가졌던 적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서로를 언제나 존중해왔다"고 덧붙였다.
트뤼도 총리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 행정명령을 내놓자 "100만 명 이상인 캐나다 내 이슬람교도에게 우리(캐나다 정부)는 여러분의 편이라고 말하겠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트뤼도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와 부친인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가 함께 찍힌 사진을 액자에 담아 선물했다. 1980년대 찍힌 이 사진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뤼도 전 총리와 한 만찬장에 동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트뤼도 총리는 정치성향은 물론 개인적 특징도 정반대여서 회담 전부터 이목을 끌었다. 두 정상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무역·이민자 정책에서 엇갈린 입장을 내놓고 있다. 두 정상의 나이차이는 25세에 달하며, 트럼프가 단 두명의 여성장관만 임명한 데 반해 트뤼도는 내각 절반을 여성으로 채웠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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