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MK인터뷰] NC 스크럭스가 말하는 `테임즈의 그림자`
입력 2017-02-14 06:01 
스크럭스는 NC다이노스의 새로운 외국인 타자다. 사진(美 투산)= 김재호 특파원
[매경닷컴 MK스포츠(美 투산) 김재호 특파원] 누군가 대단한 업적을 이뤄낸 이의 자리를 이어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NC다이노스의 주전 1루수였던 에릭 테임즈는 지난 3년간 타율 0.349 124홈런 382타점 OPS 1.172의 성적을 내며 KBO리그를 평정했다. 이후 밀워키 브루어스와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재비어 스크럭스(29)는 그의 뒤를 이어 새로 NC유니폼을 입었다. 세인트루이스(2014-2015), 마이애미(2016)에서 3시즌간 메이저리그 50경기에 출전, 타율 0.227 OPS 0.595 2루타 6개 1홈런 14타점을 기록한 경력이 있다. 지난 시즌 트리플A 뉴올리언스에서는 93경기에 나와 타율 0.290 OPS 0.973 21홈런 50타점의 성적을 올렸다. 2014년 트리플A 승격 이후 3년간 1369타석에서 56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내가 이 팀에 온 이유는 다른 선수들이 이곳을 거쳐 미국으로 돌아가 계속 뛰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지난 12일(한국시간) NC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에넥스필드에서 만난 스크럭스의 얼굴은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테임즈의 성공이 이 팀을 선택하는데 있어 동기부여가 됐는지를 묻는 질문에 "당연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이곳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은 나에게 당연히 동기부여가 됐다. 그는 이곳에서 정말 좋은 기회를 얻었고, 브루어스와 좋은 계약을 맺었다. 이것은 나에게도 아주 중요하다."
김경문 감독도 "스크럭스에게 너도 이곳에서 성공하면 테임즈처럼 메이저리그로 돌아가 좋은 계약을 맺을 수 있다고 해줬다"며 앞선 이의 성공이 그를 자극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다른 문화를 경험하는 것은 정말 멋진 일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포웨이고교를 졸업한 그는 네바다주립대 라스베가스캠퍼스(UNLV)에 진학, 야구 선수 경력을 이어갔다. 어린 시절 고향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서 토니 그윈의 경기 모습을 보고, 개리 셰필드의 타격을 보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운 그에게 야구 선수는 어렵지 않은 선택이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농구와 풋볼을 같이 했다. 그러나 풋볼 선수들은 나보다 더 덩치가 컸고, 농구 선수들은 나보다 키가 더 컸다. 나에게는 내가 제일 잘하는 야구가 더 좋은 미래를 보장해 줄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대학교에 진학해 학위를 받고 싶었다. 야구는 내가 대학에 갈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를 줬다."
그렇게 그는 이 시대 보기 드문, 재키 로빈슨의 정신을 이어받은 흑인 야구 선수로 성장했다. 지난 세 시즌은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세인트루이스에서는 야디에르 몰리나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대단한 리더십의 소유자다. 야구를 배우려는 학생같은 자세, 엄청난 지능, 성실한 모습은 동료들이 저절로 그를 존경하게 만들었다. 마이애미에서는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엄청난 힘은 물론이고 저렇게 덩치가 큰 선수가 어떻게 저렇게 빠를 수 있는지, 수비는 얼마나 잘하는지를 보고 감명받았다. 그가 홈런을 칠 때면 공이 마치 트램블린에 튕긴 것처럼 뻗어나갔다."
그렇게 메이저리그에서 경험을 쌓던 그는 지난해 10월 마이애미에서 방출된 뒤 다음 팀으로 낯선 나라에 있는 낯선 팀을 택했다. "솔직히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는 그는 처음 NC의 영입 제의를 들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굉장히 흥분됐다. 나는 이전에 도미니카공화국, 콜롬비아에서 뛴 경험이 있다. 기회가 되면 일본이든 한국이든 아시아 리그에서 뛰는 것을 원했다. 이 팀에 있었던 테임즈, 스튜어트와도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나에게 정말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했다. 대단한 기회라고 느껴졌다."
그는 이어 "한국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그곳의 야구가 점점 발전하고 있고 대단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들었다. 내가 이 팀의 일원이 되기를 원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이곳에 와서 음식, 문화, 사람들, 안전한 분위기 등 몰랐던 것들에 대해 알기 시작했다. 아직 한국에는 가보지 못했지만, 동료들과 함께하며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며 한국에 대해 점점 더 알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뛰었던 그의 모습. 사진=ⓒAFPBBNews = News1

나와 테임즈는 다른 선수
테임즈의 다음 주자로 뛴다는 것은 그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기대치는 하늘을 찌르는 상황에서 정말 좋은 성적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실망감은 더 클지도 모른다.
그도 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테임즈의 뒤를 잇는다는 것이 부담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그는 "그러나 나와 그는 다른 선수"라며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나는 테임즈가 보여주지 못한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다. 모든 면에서 골고루 잘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좋은 주루, 수비, 타격, 또한 좋은 팀 동료이자 지역 사회를 돕는 선수가 되고 싶다. 전반적으로 가능한 모든 일을 하고 싶다."
스크럭스는 다시 한 번 "나와 테임즈는 다른 선수다. 나에게 부담은 없다. 어떤 상황이든 기대치는 높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부담은 전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임자의 그림자에 가려서는 안되다는 부담감보다는, 그의 성공을 따라가겠다는 의지가 더 큰 모습이었다. KBO리그에서 터지는 방망이면 메이저리그도 지켜본다는 사실은 이미 테임즈뿐만 아니라 많은 타자들이 입증했다. 그는 "꾸준히 더 좋아지는 타자가 되고 싶다. 그러면 성적은 알아서 따라올 거라 생각한다"며 타자들의 천국에서 새로운 선수 생활을 시작하는 각오를 전했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