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은행 5년來 최대 실적냈지만 수익성 지표는 바닥…지속성 의문
입력 2017-02-14 04:02 
국내 4대 금융그룹이 지난해 7조5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2011년 이후 최대 '실적 축포'를 터트렸다. 하지만 전체 그룹 이익에서 60~70%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의 수익성 지표는 예전만 못해서 허울만 그럴싸한 '실적 공포탄'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은행 자본은 늘어나는데, 이 증가 속도를 순이익이 따라가지 못하는 '자본효율성 저하' 현상이 만연하다는 지적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3대 은행(신한·KB국민·우리)의 당기순이익이 2011년 이후 최고치를 달성했지만,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는 그렇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비교했을 때 지난해 두 지표 모두 2014년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2016년 3대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4년보다 크지만, 수익성 지표는 역전된 것이다. 3대 은행의 평균 ROA는 지난해 0.46%, 2014년 0.47%였고 평균 ROE는 각각 6.37%, 6.52%였다.
ROA와 ROE는 각각 기업의 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 비율, 또는 기업의 자기자본(총자산-부채)에 대한 당기순이익을 얼마나 올렸는지를 가늠하는 지표로, 이 지수가 높을수록 수익성이 높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자산 300조원짜리 은행의 ROA가 0.5%라는 것은 은행이 1조5000억원 순익을 벌어들였다는 뜻이다. 또 자본 20조원짜리 은행의 ROE가 6.5%라는 것은 은행이 1조3000억원 순익을 올린 셈이다. 수익성 지표가 줄었다는 것은 '당기순이익/자산'이 감소했다는 의미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기순이익이 늘어났음에도 ROA가 오히려 감소했다는 것은 ROA의 분모인 자산이 당기순이익보다 더 빠르게 늘어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은행권 수익성 지표는 2005년에 정점을 찍고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2005~2007년 ROA가 꾸준히 1.1%를 넘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이후 급락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 성장이 정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자산에서 판매관리비(인건비 포함)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지만, 순이익 증가율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예를 들면 KB국민은행의 경우 판매관리비는 2015년에 전년 대비 13.0% 늘어났지만, 순이익은 7.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은행권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무작정 자산을 늘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자산을 쉽게 늘리지 못하도록 대출 종류에 따른 위험 수준에 따라 가중치를 둔 '위험가중자산 이익률'을 주요 지표로 신경 써야 할 때"라면서 "이자수익을 넘어서서 비이자수익을 늘리는 쪽으로 자본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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