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단독] 한물간줄 알았던 브릭스펀드 `기지개`
입력 2017-02-13 17:53 
3개월 펀드수익률 분석
증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마디로 '불확실성'으로 압축된다. 증시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조차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때문에 증시를 전망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토로할 정도다. 트럼프 당선에 따라 증시 전망이 신흥국보다 선진국에서 밝다고 했던 증시 전문가의 예측도 확 빗나간 듯하다. 이는 트럼프 당선 이래 3개월치 펀드 수익률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펀드보다 4대 신흥국인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펀드가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최근 3개월 동안 러시아 펀드가 2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나타내면서 국가별 펀드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트럼프 당선 직후 조정을 받았던 중국, 브라질, 인도 펀드도 올 들어 나란히 7~8% 오르면서 수익률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13일 매일경제신문이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 다음날인 지난해 11월 9일부터 올해 2월 9일까지 3개월 동안 세계 주요 10개국 펀드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러시아 펀드가 19.7%로 1위를 차지했다. 당초 시장전문가들이 가장 유망하다고 꼽았던 일본(13.6%), 유럽(7.8%), 미국(7.3%) 등 주요 선진국을 두 배 안팎 앞선 것이다.
올해 수익률만 따지면 러시아(1.9%)나 미국(2.0%)보다 브라질(8.5%), 중국(홍콩H주 기준 7.5%), 인도(7.2%)의 강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 3개국은 트럼프 당선 직후 지난해 말에는 5% 안팎 조정을 받았으나 올 들어 완전히 방향을 바꿔 상승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유럽(0.4%)과 일본(-0.1%) 펀드는 올해는 거의 수익을 내지 못했다. 애초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당선 일성으로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친 만큼 미국 경제와 기업들 이익이 더 좋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 주식을 최우선 유망 주식으로 꼽았다. 일본은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고, 유럽은 선진국이지만 미국이나 일본 주식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차원에서 일본·유럽 주식도 유망 투자처로 꼽혔다.
시장 예상과 달리 선진국 펀드가 기대만큼 못 올라간 이유는 뭘까. 우선 미국의 경우 이미 다우산업평균지수가 2만선을 넘으면서 고평가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 12개월 실적 기준 미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0배에 육박해 글로벌 증시 평균 15~16배에 비해 비싸다. 유럽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은행 리스크가 작년 초에 이어 불과 1년 만에 다시 고개를 들고 있고,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가 부각되는 게 최근 약세의 배경으로 지적된다. 반면 지난 수년간 조정을 받았던 브릭스 4개국은 글로벌 경기 개선 국면에서 원유 등 원자재 수출가격 상승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가 점차 커지고 있다. 평균 PER는 10배 초반으로 싸기 때문에 향후 주가 상승 여력이 선진국보다 높다는 지적이다.
김범준 삼성증권 자산배분전략 담당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신흥국 이익이 증가하면서 선진국 증시와의 가격 차를 좁혀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가별로 따져보면 트럼프 대통령과 밀월 관계를 보이고 있는 러시아는 서방의 유가 상승과 맞물려 올해 경제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인도도 3년 전 나렌드라 모디 총리 취임 이후 꾸준히 추진해온 경제 체질 개선에 기반한 본격 성장 기대감이 부각되고, 중국도 상하이종합지수 3000선에서 1년 반 이상 바닥을 충분히 다진 만큼 도약을 기대해 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신환종 NH투자증권 글로벌크레딧팀장은 "러시아의 경우 과거 살인적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치솟았던 물가가 안정을 찾으면 향후 1~2년에 걸쳐 2%포인트 이상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국채 투자도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신흥국 주식은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불거질 때 선진국보다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융자산의 30% 안팎에서 투자 국가와 시점을 분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취임 이후 본격화되는 보호무역 강화는 신흥국 수출은 물론 소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포트폴리오 배분 차원에서 신흥국에 투자한다면 수출보다 내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인도, 제조품이 아닌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러시아나 브라질이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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