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영장 재청구 유력…특검 "고위임원진 동시 신병처리"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을 다시 부른 것은 구속영장 재청구가 유력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럴 생각이 아니었다면 국내 최대 기업의 총수의 추가 소환은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53·사법연수원 22기)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는 수사기간을 고려했을 때 빠른시간내에 결정돼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존에 피의자로 입건된 이 부회장과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66·부회장)외에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63·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64),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대한승마협회 부회장·55)를 피의자로 입건했다"며 "추후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청구 여부를 결정할 때 이들에 대한 신병처리를 같이 결정하겠다"고 했다. 또 "오늘 조사 이후 모든 관계자들에 대해서 원점에서 재검토할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특검이 지난달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삼성 고위 임원진을 동시에 신병처리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과는 달라진 입장이다. 혐의를 가진 모든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원칙을 내세운 것이다.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면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번주 열린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달 19일 법원에서 기각된 뒤 삼성이 박근혜 대통령(65)과 최순실 씨(61·구속기소) 일가를 지원한 또 다른 경위와 배경을 찾아내는데 주력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주요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사실상 수사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특검은 영장 기각 다음날인 지난달 20일 황성수 전무를 불러 조사하는 등 관련자 조사를 계속했다. 지난 3일엔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를 압수수색했고 정재찬 공정위 위원장(61)을 비롯한 공정위·금융위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특검이 추가 확인한 것이 삼성이 합병과정에서 공정위로부터 순환출자 관련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한 이후 공정위가 삼성의 순환출자 문제를 심사·결정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공정위가 애초 삼성물산이 처분해야 할 주식으로 1000만주를 결정했다가 500만주로 줄여주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 특검은 이러한 정황을 공정위 압수수색과 관련자 소환조사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서기관 등의 메모에서는 "이미 정 위원장의 결재까지 난 사안을 김학현 부위원장이 뒤집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안종범 당시 대통령 경제수석(58·구속기소)이 삼성의 청탁을 받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고, 이를 최상목 당시 대통령 경제수석실 경제금융비서관(54)을 통해 공정위로 전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금융위의 상장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삼성그룹은 바이오로직스 상장을 통해 지분가치를 높이며 삼성물산 합병의 정당성도 확보했다고 한다. 합병당시 삼성물산에 불리하게 산정된 합병비율로 주주가치가 훼손됐다는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이오로직스는 삼성물산으로 통합된 제일모직이 최대주주였던 회사다. 합병 직후인 2015년 11월 금융위 산하 한국거래소는 상장 규정을 개정해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을 도왔고 금융위는 2016년 11월 상장에 대한 최종 승인을 했다.
특검이 최 씨를 불러 조사한 것도 이 부회장 구속영장 재청구를 위해서다. 법원이 밝힌 구속영장 기각 사유에 "뇌물수수자에 대한 조사가 없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특검은 지난 9일 최 씨를 상대로 뇌물수수 혐의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65)을 조사하지 못한 것은 특검 수사의 큰 약점이 될 수 있다. 특검에 따르면, 박 대통령도 뇌물 혐의의 핵심 피의자인데 이 부회장 영장 기각 이후에도 조사를 못했다.
[조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