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인민재판화` 하는 서울대본관 점거 사태
입력 2017-02-13 14:40  | 수정 2017-02-14 15:08

지난 주 시흥캠퍼스 반대 점거농성 지속·해제 여부를 결정하는 서울대 학생들의 전체학생 대표자회의 자리에서 일부 강성 점거파 학생들이 "본관점거 해제에 찬성하면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압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학생 다수의 교내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 사안을 결정하면서 다양한 의견 제시를 묵살하고 일방통행식 점거를 계속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고개들고 있다.
13일 서울대 학생들에 따르면 지난 10일 전체학생 대표자 회의가 종료된 이후 서울대 학생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는 자신을 대의원이라고 밝힌 한 학생의 글이 올라왔다. 이 학생은 글을 통해 "모 참관인이 수정안에 찬성하는 대의원들 명단을 기억해놨다가 학내에 대자보를 붙일 것이라고 하더라"며 "이게 총장이 명단 공개하며 징계하겠다는 것과 무슨 차이냐. 저는 더 이상 무서워서 전학대회 안 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점거파 학생들의 강경한 태도는 온건파 학생들을 압박하는 데에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전체학생 대표자 회의에서 점검농성 중단 여부를 두고 실시한 1차 투표에서는 점거해제안이 48표를 얻어 점거계속안 41표를 앞섰으나 2차 투표에서는 결과가 뒤집혀졌다. 1차 투표에서 어느 쪽도 과반(50표)을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다시 실시된 2차 투표에서는 해제 찬성이 35표로 줄어든 반면 반대는 44표로 늘었다. 기권 역시 첫투표보다 7표 늘어난 16표였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복수의 취재원들은 "당시 회의에서 강압적 분위기에서 자유로운 의사를 표현하는 데 큰 제약이 있었다"며 "표결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한 취재원에 따르면 2차 투표를 앞두고 본부를 점거중인 한 학생이 "점거하는데 참여도 안한 학생들이 무슨 권리로 해제를 말하냐"며 고성을 질렀으며 "(점거해제안에) 찬성하면 대자보를 붙여 실명을 공개하겠다"는 발언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학생은 스누라이프에 '시흥캠퍼스 논의는 정말 답이 없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빨리 징계절차 들어가고 끝났으면 좋겠다"며 "벼랑 끝에 몰리면 협박과 고성으로 대응하는 사회변혁노동자당 사람들, 협박 좀 들었다고 바로 꼬리내리는 몇몇 단위 대표들, 나는 당신들 싸우는 것을 구경하러 온게 아니라 우리 과를 대표해서 의사전달을 하러 온 것"이라고 일갈했다.
변혁당은 노동운동을 기반으로 사회주의 혁명을 선도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해 1월 출범한 진보세력으로 시흥캠퍼스 반대와 본관 점거사태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혁당 서울대분회는 지난해 본부 점거가 성사되자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을 통해 "사회변혁노동자당 서울대분회는 실시협약 체결 5월부터 10월까지 이사회 대응, 천막농성 등과 학생총회 성사까지 모든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시위 주도를 암시한 바 있다.
매일경제는 지난 10일부터 학생회 측 입장과 해명 등을 듣기위해 유•무선상으로 수차례 접촉했으나 12일까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 기사가 나간 이후 학생회 측은 실제로 다소 격양된 발언이 있었지만 직후 의장이 제재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학생회 측은 "본부 점거는 일부 학생들의 주도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2000여명의 학우들이 모인 학생총회에서 결정된 학생들의 총의에 따라 이루어 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서이종 사회학과 교수, 조국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640명이 "본부 건물에 대한 전면적인 점거 농성이 대학 행정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점거 농성을 중단하고 더 건설적인 방안을 고민할 때"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점거 학생들과 성낙인 총장에게 각각 전달하기도 했다.
[황순민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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