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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스 김성재 사후 22년 , 남겨진 어머니와 아들의 삶
입력 2017-02-13 14:36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듀스 김성재 사후 22년. 여전히 의문사로 남아있는 죽음이지만 대중은 서서히 그를 잊어갔다. 하지만 남겨진 가족의 시간은 바로 그 날, 1995년 11월 20일에 멈춰있다.
인기 절정을 달리던 김성재는 솔로 컴백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친 이튿날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인은 동물마취제 졸레틸. 당시 언론은 그의 죽음을 두고 자살, 마약 등의 자극적인 추측을 연일 보도했고, 이들 모두 사실무근으로 밝혀졌지만 가족의 삶은 무너졌다.
어머니 육영애 씨는 둘째 아들 성욱 씨에게 강한 엄마가 되기 위해 아픔을 깊숙이 누르며 살아왔다. 그러나 동생 성욱 씨의 방황은 끝날 줄 몰랐다. 형의 못다 한 꿈을 이루기 위해 시작한 가수 활동의 실패, 조금씩 인정을 받기 시작한 배우 활동은 화재 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어 중단.
계속된 실패에 성욱 씨는 거칠어졌다. 형 대신 내가 죽었어야 했어.” 또 형 생각하지?” 등 자신의 아픔을 어머니에게 모진 말로 표출하던 성욱 씨. 6년 가까이 되는 그 시간이 어머니에겐 지옥이었다.

다행히 결혼을 하고 딸을 낳으며 안정을 찾은 성욱 씨. 그러나 행복은 길지 않았다. 2016년 12월 아들이 그토록 사랑하던 며느리는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어머니는 손녀를 돌보기 위해 성욱 씨네 집으로 왔지만, 성욱 씨가 예전처럼 폭발할까 봐 두렵고 답답하다.
우애가 각별했던 형제. 성욱 씨는 아버지이자 친구이며 든든한 형이었던 김성재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사건 당시 군 복무 중이라 형의 죽음 이후의 상황을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형의 몫까지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은 그를 괴롭혔다.
절망으로 시작된 방황은 사건, 사고를 불렀다. 술을 마시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우리 형 욕했지?”라며 엉뚱한 시비를 걸기 일쑤.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던 그 시절, 밤이 되면 또 사건 소식을 듣게 될까 무서웠다는 어머니를 배려할 여유는 없었다.
형의 뒤를 이어 데뷔한 가수 생활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채 끝났고, 재미와 자신감을 얻어가던 뮤지컬 배우 생활은 화재사고로 끝났다. 형이 죽은 후 시작된 그의 방황은 거듭된 실패 속에서 그칠 줄 몰랐다.
소심한 모범생이었던 성욱의 변화를 묵묵히 참고 견딘 어머니. 하지만 성욱 씨는 참기만 하고 자신을 혼내지 않는 어머니가 섭섭했다. 아직도 죽은 형 생각에 자신과는 거리를 두는 거 같았기 때문에.
그의 방황을 잡아준 것은 아내와 딸이었다. 그러나 상처 많은 그를 품어준 고마운 아내는 폐암 말기를 선고받았고, 작년 12월에 세상을 떠났다. 너무나 소중했던 형과 아내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은 말할 수 없지만, 7살 딸을 보며 버티고 있다. 그러나 아들을 돕기 위해 함께 살게 된 어머니와 자꾸 부딪친다.
여전히 형을 품고 살아가는 어머니, 자신의 눈치를 보며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답답하다. 성욱 씨는 예전의 방황하던 자신과 달라졌다고 생각하지만, 어머니는 그를 예전의 자신처럼 대하고 있기 때문. 살아있는 자신보다 죽은 형을 그리워하는 모습에 화가 나고 답답하기만 하다.
모자는 22년간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둘만의 여행을 떠났다. 일주일간의 필리핀 여정은 과연 이 둘의 아픔을 씻겨줄 수 있을까. 이들의 가슴아픈 여행기는 EBS '리얼극장 행복' 14일 방송분에서 공개된다.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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