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개성공단 폐쇄 1년, 널뛰기 대북정책 아닌 `그랜드 플랜` 필요
입력 2017-02-09 16:48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조치가 10일로 1주년을 맞는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차단한다는 국제 제재에 동참하기 위해 김정은 정권의 '현금유입 통로'를 막은 것이었다. 하지만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개성공단 문제는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 '대화냐 제재냐'를 둘러싸고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야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의 무게감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내세웠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가 해소되기는 커녕 더 악화되는 상황에서 '널뛰기 대북정책'이 되풀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진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도 이같은 정치상황 최대한 활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정권이 판단하기에 대북 압박 정책은 시간이 지나면 완화되기 때문에 핵 정책 추진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에 전임 정부의 정책을 뒤집는다는 이유로 개성공단이 재가동 된다면 자칫 개성공단 입주업체만 피해를 보고 북한은 현금 통로를 다시 확보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대화와 압박 사이에서 대북정책이 널뛰기 했던 기간 동안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를 추진하며 3대 세습을 완성을 이어갔다. 북한은 5번의 핵실험을 했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의 실전 배치도 코앞에 두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의 비핵화 견인 △통일 이후 북한 경제의 연착륙 등을 위한 방안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들은 정치권의 유력인사들이 선언적 주장 대신 '그랜드 플랜' , 즉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며 국제사회에 개성공단 재개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폐쇄·재개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나 압박과 대화의 절묘한 균형점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야의 대선주자들은 대체적으로 개성공단 운영을 재개해야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에서는 차이점이 나타난다. 조건없이 반대하는 입장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정도다.
문제는 개성공단 재개를 통해 남북 화해의 물꼬를 튼다는 명분이 국제사회의 흐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날 정부에서는 정치권에서 나오는 개성공단 재가동 주장에 우려를 표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지속되고 개성공단을 통해서 북한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핵개발 전용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기조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해 유엔 안보리는 강력한 내용의 대북제재 결의를 연속 채택했고,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호주 등 주요국들도 독자적 제재를 계속 강화하는 등 현재 국제사회는 북한의 자금줄 차단 등 다양한 측면에서 강력한 대북제재 조치를 취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개성공단 재개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구도를 우리가 먼저 무너뜨릴 경우 북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정부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한국의 대북 정책이 거친 춤을 추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역사상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가 가동되는 상황에서 개성공단 재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라 입을 모은다. 정영태 동양대학교 군사연구소장(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정치권에서 나오는 개성공단 재개 목소리는 북한의 고조된 핵위협을 고려하지 않은 막연한 측면이 있다"며 "대권 주자라면 외교적 노력과 북한 핵위협, 남북 교류의 필요성을 모두 고려하는 '큰 그림'을 그려가며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대북 제재가 효과를 보려면 강도 높은 조치가 일관되게 지속돼야 한다"며 "조건 없는 개성공단 재개는 현재까지의 대북 제재를 모두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정엽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현재 북한에 적용 중인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의 '대량 현금 대북 이전'과 '대북 교역 금융 지원' 금지 조항을 위반하지 않고는 개성공단 재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우리가 먼저 대북 제재를 위반하면서 다른 국제 사회의 제재 동참을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성공단 재개가 대북 제재 구도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임을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개성공단은 북한에 자본주의를 전파하는 가장 효과적인 압박 수단"이라며 "개성공단을 재개한다고 대북 압박 구도가 흔들린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개성공단이 남북한의 군사적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완충적 장치이자 정부의 대북 레버지리를 증가시킬 수 있어 국익에 더 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안두원 기자 / 강계만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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