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 분열시킨 반이민 행정명령, 대법원행 가시화
입력 2017-02-06 17:24 

중동 7개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을 금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둘러싼 대치가 결국 대법원까지 갈 태세다. 이에따라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이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고서치 대법관 지명자 인준을 놓고 의회에서 강경하게 대립하는 상황이 한층 더 악화될 전망이다.
특히 취임 이후 지난 2주는 물론 앞으로 트럼프가 강행할 각종 행정명령들은 논란의 여지가 큰 것들이어서 이번 반이민 행정명령처럼 결국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정부와 민주당이 대법관 인준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을 벌이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5일(현지시간) 미국 정치권에 따르면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고 있는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닐 고서치 대법관 인준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보수와 진보 성향의 대법관 수가 4대 4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고서치 대법관이 인준되면 보수가 5, 진보가 4로 균형이 깨지는 데다 고서치 대법관은 자신을 지명해 준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지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반이민 행정명령을 무산시키기 위해서라도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통해 대법관 인준을 최대한 저지하겠다는 구상이다. 대법관은 연방의회 상원에서 토론을 종결하는 것으로 인준이 마무리되는데 토론 종결을 위해서는 60명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100명 정원의 상원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이기는 하지만 52석만을 차지하고 있어 토론을 종결하는 데 필요한 의석수에는 모자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안에 한정해 이른바 '핵 옵션'을 동원해 토론 종결 정족수를 60표에서 51표로 낮춰 달라고 공화당에 요청했지만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를 거절한 상태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최대한 설득해서 인준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오바마 정부 당시 민주당이 핵 옵션을 가동했을 때 매코널 원내대표가 비난에 앞장섰던 장본인인 만큼 쉽게 핵 옵션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은 워싱턴 주정부가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한 것이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에서 받아들여짐으로써 일단 제동이 걸린 상태다.
트럼프 정부가 즉각 항소에 나서며 행정명령 효력 부활을 신청했지만, 샌프란시스코 제9연방항소법원은 행정명령 효력 부활 신청은 기각하고 항소심만 진행하기로 했다.
연방항소법원에서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문제가 없다고 판결하면 행정명령은 다시 부활한다. 하지만 원심대로 집행을 정지하는 것이 맞다고 판결한다면 트럼프 정부는 다시 항고할 것이고 이에 따라 최종 판결은 대법원의 손에 넘겨지게 된다. 민주당이 대법관 인준 저지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바마 대통령의 오바마케어 시행, 동성결혼 허용 행정명령도 공화당이 낸 위헌 소송으로 집행이 정지됐다가 2015년 6월 대법원이 최종 합법 결정을 내리면서 효력을 얻은 바 있다.
상원 법사위 소속 민주당의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통령은 독재자가 아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초월해 이런 행정명령을 내린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대법원이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으로서도 대법관 인준을 무조건 저지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취임 초기부터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서치 대법관이 취임한다 하더라도 반이민 행정명령이 합법 판정을 받을 지 여부는 미지수다. 반이민 행정명령의 효력을 정지시킨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의 제임스 로바트 판사도 부시 정부 때 지명된 보수 성향의 판사다. 보수성향 대법관 4명 중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반이민 행정명령의 위헌성을 인정하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키기 위해 매코널 원내대표가 결국 핵 옵션을 동원하게 함으로써 의회 파행의 책임을 공화당에 넘기자는 주장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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