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반 트럼프의 성지로 떠오른 워싱턴주 `어떤 곳일까`
입력 2017-02-06 17:23 

미국의 대표적 진보성향주(州)인 워싱턴주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반대운동의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워싱턴주의 주지사는 곧장 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주 법무장관은 미국 50개주 중 최초로 집행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했으며, 기업들도 이민자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발표를 이어갔다. 워싱턴주에 있는 시애틀 소재 연방항소법원이 지난 3일(현지시간) 행정명령에 대한 집행금지 판결을 내리며 절정을 이뤘다 .
5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좌파성향의 유권자들, 거침없는 민주당 의원들, 법정공방을 이끈 주 법무장관, 트럼프의 정책을 우려하는 시애틀의 IT기업들이 한 데 모여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막아섰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2500마일(약 4032km) 떨어진 또다른 워싱턴의 암초(반대운동) 탓에 고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대운동의 출발은 제이 인슬리 워싱턴 주지사였다.

그는 행정명령이 발효된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가 자행한 명백하고 잔인한, 결코 정당화할 수 없는 혼돈이 바로 이곳에서 종교적 차별의 가장 노골적인 형태로 눈앞에 나타나고 있다"라며 트럼프 행정명령의 위헌성을 성토했다. 인슬리 주지사는 과거 이민자 박해로 악명이 높은 시애틀 인근의 베인브리지 출신이다. 밥 퍼거슨 주 법무장관은 행정명령 집행금지 소송을 이끌었다. 그는 지난달 30일 미국 연방 주 당국중 처음으로 소송을 제기해 나흘만에 승소했다. 그는 "(반이민) 행정명령은 불법이다. 워싱턴주에 엄청난 해악을 몰고왔고 대중의 이해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주 소재 기업들도 들고 일어섰다. 본사가 시애틀에 위치한 스타벅스는 "새 행정부의 행동을 좌시하고,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며 5년간 75개국으로부터 약 1만명의 난민을 받아들여 고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본사가 시애틀 인근인 마이크로소프트는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한) 소송을 위해 정보를 제공하고, 어떤 증언이든 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은 49명의 자사 근로자가 이번 행정명령에 의해 입국 금지된 7개국가 출신이라며 그들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워싱턴주에서 격렬한 트럼프 대통령 반대운동이 벌어진 것은 진보성향의 유권자층이 두텁게 형성된 덕이다. 워싱턴주는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54.3%의 지지율을 보낸 것을 포함해 1988년 이후 모든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지역이다.
이는 워싱턴주의 주도(都)인 시애틀 인근이 실리콘밸리와 더불어 IT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하며 진보성향의 IT 인력이 대거 몰려든 덕이다. 워싱턴주는 실리콘밸리 열풍이 불기 한참 전인 1980~1990년대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 등 거대 IT기업이 자리하고, 컴퓨터공학 명문인 워싱턴대학교도 위치하고 있다.
2015년 미네소타대학 연구진 조사에서 워싱턴주의 직업군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다. 또한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미국 노동부 발표를 인용해 "2015년 5월 기준 시애틀 인근지역은 실리콘밸리의 중심인 산호세 인근을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을 보유한 지역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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