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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음악 여행] 벤치 선수의 애절한 외침 "센터필드"
입력 2017-02-06 06:01 
지난 2010년 명예의 전당 입회식에서 센터필드를 연주하고 있는 존 포거티. 사진=ⓒAFPBBNews = News1
"나를 넣어주세요 코치님, 난 뛸 준비가 됐어요. 나를 봐요. 난 중견수가 될 수 있어요."
[매경닷컴 MK스포츠(美 피닉스) 김재호 특파원] 몬트리올 엑스포스, 시카고 컵스 등에서 활약했던 외야수 안드레 도슨은 지난 2010년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 투표에서 유일하게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현역 시절 중견수로 이름을 날렸던 그를 기념하기 위해서였을까. 이날 입회식에서 기념된 것은 또 있었는데 바로 존 포거티의 노래 센터필드였다. 이 노래는 명예의 전당 역사상 처음으로 입회식에서 연주된 노래로 기록됐다.
박수 소리로 시작해 경쾌한 리듬이 이어지는 이 노래는 포거티가 지난 1985년 9년간의 공백을 깨고 발표한 노래다. 빌보드 핫 100 차트 4위까지 오르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지금도 메이저리그를 비롯한 여러 미국 야구 경기장에서 특히 경기가 시작되기 전, 혹은 이닝 중간에 많이 연주되는 노래다.
1945년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서 태어난 포거티는 어린시절 야구와 인연이 깊은 가수였다. 어린 시절 학교 야구팀에서 선수로 뛰었고, 그의 형 짐은 마이너리그 오클랜드 오크스에서 배트보이로 활동했다. 9년의 공백을 깨고 발매하는 첫 앨범의 주제가 야구와 관련된 것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곡을 쓰기도 전에 앨범 제목을 "센터필드"라 정해놓을 정도로 야구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다.
그는 2010년 뉴욕 타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같은 제목의 타이틀곡이 탄생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1888년 발표된 시 "타석에 선 케이시(Casey at the Bat)"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여기서 잠깐, 이 시를 소개하자면 머드빌이라는 가상의 마을을 연고로 하는 머드빌 나인스의 경기 장면을 노래한 시다.
머드빌은 9회까지 2점을 뒤져 있었다. 9회말 공격에서 팀의 간판 타자 케이시는 다섯 번째 타자였고, 첫 두 타자가 아웃으로 물러났다. 이후 두 명의 타자는 케이시보다 약한 쿠니와 배로우스라는 선수였다. 그런데 두 선수가 안타와 2루타를 치면서 2사 2, 3루의 기회가 만들어졌고, 케이시가 타석에 들어서면서 분위기는 달아오른다.

케이시는 처음 공 2개를 그대로 걸렀고, 볼카운트 0-2에서 세 번째 공을 노렸지만,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고 팬들은 실망에 빠져 집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포거티는 9년간 공백기를 가진 자신을 이 시에서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는 머드빌 나인의 후보 선수에 비유했다고 설명했다. 후렴구 가사 "나를 (라인업에) 넣어주세요"는 후보 선수의 절박한 심정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버클리에서 성장했지만, 지역 연고 구단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대신 뉴욕 양키스를 응원했다. 양키스의 전설인 베이브 루스, 조 디마지오, 미키 맨틀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결과다.
특히 그중에서도 그는 중견수 자리에 매력을 느꼈다. 앞선 인터뷰에서 "중견수가 마치 왕처럼 보였다. 팀의 우두머리로서 가장 특별한 존제다. 중견수 자리는 메우 특별한 곳임이 틀림없다. 특히 양키스타디움의 중견수 자리는 우주의 중심같다"며 양키스, 그리고 중견수 자리에 대한 동경심을 이야기했다.
그의 말처럼, 중견수는 외야 수비의 중심이다. 외야수 중 가장 체격 조건이 좋고 운동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의 몫이다. 그 자리를 바라보는 후보 선수들의 마음은 얼마나 부러움으로 가득하겠는가. 센터필드는 이런 마음이 가득 담긴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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