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반기문 대선 하차로 '확' 기울어진 무게추
입력 2017-02-01 19:17  | 수정 2017-02-01 19:17
반기문 / 사진= 연합뉴스


범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기대됐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전격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차기 대선 구도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습니다.

반 전 총장의 예상치 못한 중도 포기는 안 그래도 야권에 크게 기울었던 대권 판세를 당분간 더욱 불균형한 구도로 몰고 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독주 체제가 더욱 고착화하면서 일찌감치 '대세론'을 형성할 가능성도 커지는 등 야권 대선주자들로의 쏠림 현상이 한동안 가속할 것이라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이재명 성남시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등도 반 전 총장의 중도 탈락으로 야권에 더욱 '기울어진 운동장'을 십분 활용하면서 내부 경쟁에서 역전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안간힘을 쓸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범여권 내부에서는 새로운 대안 후보를 물색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면서 잠룡(潛龍)들의 용틀임이 본격화되면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후보 난립이 예상됩니다.

특히 최근 들어 여론 지지율이 급상승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반 전 총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미 새누리당은 반 전 총장의 중도 포기 전부터 황 권한대행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한 상태여서 보수층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황교안 대안론'으로 쏠리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야당으로 급격히 기울게 된 구도는 오히려 야권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습니다.

일단 외형적인 대권 구도는 야권에 훨씬 유리한 형세로 전개되고 있지만, 대항마가 없어지고 홀로 '튀어나온 못'이 된 문 전 대표도 꼭 유리한 처지가 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과거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처럼 '대세론'을 형성한 독보적인 대권 주자로 부상한 문 전 대표가 '공적'으로 비치면서 여권 주자들은 물론 야권 내 경쟁자들로부터도 검증의 십자포화를 맞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대선 판도의 불확실성이 더욱 증폭되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의 안갯속 구도가 펼쳐질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습니다.

전략가로 통하는 한 민주당 의원은 "반기문의 증발은 불확실성을 없애는 게 아니라 불확실성을 더욱 키운 중대 변수"라고 말했습니다.

반 전 총장이 중심에 섰던 이른바 '제3지대' 정계 개편 논의에도 일단 급제동이 걸렸습니다.

바른정당이 '보수후보 단일화'에 무게를 두고 있어 앞으로는 야권 주자를 중심으로 한 '빅텐트' 건설이 논의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연합체를 이룬다 해도 유권자들은 이를 '제3 지대'로 보기보다는 또 하나의 야권 연대로 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에 따라 손학규 국민주권개혁위원회 의장, 정운찬 전 총리 등은 지금까지 그려온 그림을 대폭 수정해 새로운 중도 보수 성향 인사를 끌어들이는 시도가 필요해진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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