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이광구 우리은행장 "캐피털등 인수 통해 지주사체제 갖추겠다"
입력 2017-01-25 17:39  | 수정 2017-01-26 08:11
■ 민영화 우리은행 첫 행장에 내정된 이광구
"증권·보험에 앞서 캐피털, 부동산관리회사, 부실채권투자회사(FNI) 등을 인수해 지주사 체제를 갖추겠다."
민영화된 우리은행호의 선장이 된 이광구 행장은 연임 확정 후 25일 오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주사 전환을 위해 캐피털 등 조그만 것부터 (인수를) 시작하려 한다"며 "작은 회사들을 인수한 후 증권사 인수를 고려해볼 수 있고, 보험은 2021년 시행 예정인 새 회계기준(IFRS17)으로 인해 추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가장 마지막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한화생명, 동양생명, 한국투자증권 등 과점주주와의 협력 방안도 강조했다. 이 행장은 "증권과 보험은 과점주주들이 가지고 있는 회사가 있기 때문에 협업 가능성도 생각하겠다"며 "한화생명과 동남아시아 동반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게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 행장은 "은행도 자산운용사를 하나 갖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증권사 과점주주들도 자산운용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쪽 상품을 우선적으로 판매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조직의 틀은 크게 흔들지 않을 계획이다. 이 행장은 "현 그룹장 제도를 1년 시행해본 결과 과거 수석부행장 제도보다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고 관리하기도 좋다는 게 검증됐다"며 "소수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이동을 설 연휴 기간 중 잘 구상해 가이드라인을 사외이사들에게 설명한 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 구조조정과 관련해 이 행장은 "전체 인원에 대한 조정은 생각하지 않고 타행과 비교해 가면서 신규 채용 등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져나온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세력 간 다툼에 대해 이 행장은 "우리은행으로 바뀐 이후 들어온 직원이 70~80%에 달할 정도"라며 "상층부에 일부 이런 정서가 남아 있지만 공정한 인사 시스템을 만들어 보완해 나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행장은 자산관리 경쟁력을 강화하고 동남아 등 확장된 해외 네트워크의 질적 성장, 투자은행(IB) 강화 등을 추진해 "은행과 비은행 영역의 조화를 통해 향후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행장 선임을 놓고 업계에서는 우리은행 과점주주 이사들이 결국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성장을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열린 우리은행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이 행장이 지난 2년간 실적 개선과 민영화 성공을 이끈 점에 큰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막판까지 김승규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이 이 행장과 접전을 펼쳤지만 이 행장의 대세론을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행장이 취임하기 전인 2014년 4000억원 남짓한 순이익이 2015년 1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3분기 만에 2015년 순이익을 훌쩍 넘는 1조1000억원의 손익을 기록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우리은행의 최대 약점이었던 건전성 부분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부실채권 보유 규모를 보여주는 고정이하여신비율(NPL)이 2013년 전체 자산의 2.99%까지 상승했지만 지난해 1.05%로 큰 폭 떨어졌다.

이 행장 임기는 3년이 아닌 2년으로 결정됐는데 민영화 작업 마무리 역할을 부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추위 한 관계자는 "민영화를 마무리하는 기간이 2년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추위 결정에 대해 이 행장은 "잘하면 4년, 6년도 하는 것이고 못하면 6개월 만에도 그만둘 수 있는 것"이라며 임기에 크게 연연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2년 정도 후 지주사 체제를 완비하면 이 행장이 지주사 회장으로 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은행 이사회는 은행 내 해묵은 상업·한일은행 간 갈등을 없애기 위해 인사의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주문 하기도 했다. 인사 기준을 이사회와 사전에 공유하고 외부 컨설팅을 통해 검증을 받게 하는 등의 내용을 다음달 이사회와 행장 간 맺는 경영평가 MOU에 담을 예정이다. 또 이사회는 이날 이 행장에게 상업·한일 간 인원 5대5의 원칙을 깰 것을 구두로 요구하기도 했다. 연임에 성공한 이 행장은 풍부한 경험과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영업을 진두지휘하는 지휘관으로 알려졌다.
차기 행장 선출이 치열했던 만큼 최종 후보를 놓고 임추위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현재 행장의 체제를 굳이 흔들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일부 위원들이 새로운 환경에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임추위원들은 전날인 24일 저녁 늦게까지 의견을 조율했고 25일 당일에도 임추위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 토론을 벌이는 등 숙고를 거듭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공적과 현재 상황에서 이 행장만큼 우리은행을 잘 알고 민영화 마무리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후보는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5명의 임추위원들이 이 행장의 연임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 이광구 내정자는…
△1957년 출생 △천안고, 서강대 경영학과 졸업 △1979년 상업은행 입행 △2003년 우리은행 홍콩지점장 △2011년 경영기획본부 부행장 △2012년 개인고객 부행장 △2014년 12월 우리은행장 취임 △2017년 1월 우리은행장 연임
[박준형 기자 / 노승환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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