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1월 19일 뉴스초점-4성 장군의 빛바랜 훈장
입력 2017-01-19 20:13  | 수정 2017-01-19 20:37
'별 넷, 수갑, 그리고 훈장'

무슨 공통점이 있을까 싶지만, 이 모든 것과 관련된 하나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에게 안타까움과 아픔, 슬픔의 기억을 남긴 한 군인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황기철 / 전 해군 참모총장 (2014년 3월 12일, 고 임재엽 중사 흉상 제막식)
- "또다시 적이 도발한다면 강력하게 응징하여 그날의 아픔과 분노의 한을 기필코 되갚아주겠습니다."

별 넷 계급장의 황기철 전 해군 참모총장. 그는 35년 간 대한민국 영해 수호를 위해 헌신한 공로로 해군의 최고위직까지 오른 자랑스런 군인이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수갑과 구속'이라는 암흑이 기다리고 있을거라곤 상상도 못했죠.

2009년 통영함 장비 납품사업자 선정 당시 방위사업청에 재직하던 그는 성능이 떨어지는 미국 제조사의 음파탐지기가 납품되도록 해 국가에 38억 원의 피해를 준 혐의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2015년 4월 구속기소 됩니다.

군복밖에 몰랐던 그는 하지만 옷을 벗어야 했고, 요즘 자주 오르내리는 말대로 '참 나쁜 군인'이 돼 버렸습니다.

그런데 이 나쁜 군인에게 어리둥절한 일이 생겼습니다. 나라에서 그에게 보국훈장을 준다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대법원 최종 판결 결과 그는 '무죄'였습니다. 이유는 '증거 부족' 그리고 '범죄 의도가 보이지 않는다'.

'방산비리는 이적행위'란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검찰이 1심과 2심, 대법원까지 항소를 거듭하며 무리한 수사를 했던 겁니다. 그럼에도 무죄로 최종 선고를 받은 그에게 검찰은 아무런 유감 표명도 하지 않았죠.

보국훈장은 황기철 전 참모총장이 당한 고초의 보상 차원일까요.

'더 이상 한국 사회에서 사람을 만나기가 편치 않다' 훈장을 준다고 하자 그가 한 말입니다.

해군사관학교 교장 시절 소탈한 인품으로 유명했고,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우리 선원 21명을 구했으며, 군에서 별 넷을 달았던 '그' 였는데 말이지요.

이렇게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을 사랑했던 참 군인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안타깝고 두려운 건 황기철 전 참모총장 같은 사람이 또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대한민국을 사랑했으나, 대한민국이 밀어내버린 그런 사람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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