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법원 "남의 땅에 만든 묘지, 20년 유지했다면 권리있다"
입력 2017-01-19 16:59 

남의 땅에 묘지를 만들었더라도 20년간 별탈 없이 유지했다면 사용할 권리가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이는 대다수의 서민들이 분묘를 설치할 땅을 소유하지 못하고 장묘시설이 부족해 남의 땅에 매장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존중한 기존 판례를 유지한 것이다.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강원도 원주시 임야 소유자 A씨(80)가 B씨(64)에게 "분묘를 철거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사건에서는 다른 사람의 땅에 묘지를 설치한 뒤 20년간 평온하고 공연하게 관리·점유했다면 '분묘기지권'을 인정할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분묘기지권이란 제사를 지내는 등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다른 사람 토지를 쓸 수 있는 권리다.
그 동안의 판례는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을 인정해 왔다. 그러나 2001년 묘지의 설치기간 등을 규정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이 시행되면서 분묘기지권에 대한 대법원 입장이 수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사법은 허락 없이 묘지를 설치한 경우,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 사용권이나 묘지 보존을 위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장사법 시행 등으로 상황이 변화된 점을 고려해 A씨의 상고심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장사법은 묘지의 설치 기간을 기본 15년으로 규정하고 3번에 걸쳐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해 최장 60년간 분묘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허락 없이 묘지를 설치한 경우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 사용권이나 묘지 보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 이후 장사법은 한차례 개정을 통해 묘지의 기본 설치 기간을 30년으로 정하고 1회에 한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장사법의 시행으로 더는 분묘기지권을 인정할 필요가 없게 됐지만, 법 시행 이전에 설치된 묘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분묘기지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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