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실수요자 중심 재편, 강남 아파트는 지금 `양극화`
입력 2017-01-19 16:57 

강남 불패 신화 속에 아파트 투자의 메카로 여겨지던 서울 강남권 시장이 '양극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비싸도 팔린다'는 믿음 속에 매달 수천 만원씩 가격이 오르던 재건축 단지들이 지난해 11·3주택시장 안정화 방안(11·3대책)을 기점으로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학군, 교통 등 입지가 좋은데다 지은지 오래되지 않은 기존 아파트 핵심단지들은 연일 신고가를 치고 있다.
지난 3년간 부동산 상승장에서 강남 아파트 시세를 투자세력이 주도했다면 이제는 실수요 중심으로 강남 부동산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본지가 한국감정원과 부동산114, KB시세 등의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주요 재건축 단지의 매매 시세는 11·3대책 이후 최소 2000만원~최대 1억5000만원 가량 떨어졌다. 반면 기존 아파트는 오히려 평균 2000만원 가량 상승하는 등 서로 상반된 움직임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 전용면적 150㎡형은 매매 가격이 11·3대책 발표 이후 1억5000만원 급락했다. 대책 직전인 10월 말 22억 원 선으로 고점을 기록했지만 지난 주는 20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해 상반기 '조합원에게 전용 138㎡형 무상제공+4억 원 환급'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후 1억 이상 뛰었던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형 역시 작년 10월 말 이후 현재까지 1억2500만원 가량 내렸다. 개포주공1단지와 대치 은마아파트, 강동 둔촌주공4단지 역시 고점 대비 5000만~6000만원 가량 시세가 떨어졌다.
김은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 팀장은 "강남 재건축이 한차례 조정을 받았던 일년 전에 비해 최근의 강남권 재건축 시세 낙폭이 더 큰 상황"이라며 "2015년 12월 가계부채 대책 발표 직후 10주간 0.6% 하락한 반면 지난해 11·3 대책 발표 직후에는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어 11주간 1.68% 떨어졌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근 재건축 시장에는 '시세가 언제 바닥을 칠 것인지'가 오히려 관심사로 등장했다.
반포동 일대 A공인 관계자는 "거래절벽 상황인데다 대출 금리 인상, 각종 규제, 입주 물량 증가 등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다"며 "일대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 속도와 상관없이 3000만원 이상 내렸음에도 매수는 관망세"라고 전했다. 강남 개포동 B공인 관계자는 "급매물이 팔리고는 있지만 호가가 한 주 새 1000만원씩 내려가는 등 하락세도 만만치 않아 시세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분양권 시장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강남구 래미안 루체하임은 지난해 말 전매 제한이 풀린 이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면적 별로 5000만~7000만원 정도의 웃돈 호가가 붙어 있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래미안블레스티지의 경우 3층 이하 저층은 웃돈 호가가 40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써밋푸르지오에서는 마이너스 프리미엄까지 등장했다. 1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실거래가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59㎡형(17층)은 10억31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의 분양가(기준층 5층 이상 기준)는 10억4000만~10억6000만원 선이다.
반면 기존 아파트들의 '몸값'은 계속 오르는 중이다. KB부동산시세에 따르면 강남 대치아이파크 전용 60㎡형의 경우 작년 10월 말에 비해 3000만원 가량 가격이 올라 현재 10억3000만원 선으로 최고 시세를 형성했다. 반포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형과 잠실 트리지움 전용 84㎡형 역시 2000만원 이상 오르면서 연일 고점을 찍고 있다.
강남 아파트시장의 양극화는 실수요 위주 매매 성향이 부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대치동 C공인 관계자는 "강남 일대에서 연간 임대 매물의 30%가량이 전세에서 보증부 월세로 바뀌는 추세"라며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거래를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조금이라도 저렴한 물건이 나오면 실수요자들이 바로 사들이면서 오히려 1000만~2000만원 가량 매매 시세가 뛰었다"고 설명했다.
반포동 D공인 관계자 역시 "특히 전용면적 85㎡이하 중소형 면적을 중심으로 30~40대 실수요자들의 매수 문의가 많다"며 "이들은 대부분 자녀 교육 목적으로 학군이 우수한 강남 지역을 선호하며 자녀들이 대학을 가면 월세 임대를 줘서 추가 수입을 올리겠다는 생각이 많다"고 전했다.
설 이후 봄 이사철 등을 감안하면 양극화 현상은 좀더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망이 우세하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기존 아파트의 경우 봄 이사철이 되면 시세가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재건축 단지의 경우 여러 리스크를 감안하면 가격 회복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여정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장도 "투자 목적의 재건축 추격 매수는 신중해야할 때"라고 조언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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