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지금 정치권서 최악의 비판은 `제2의 박근혜`
입력 2017-01-19 16:42 

대선국면이 본격화하면서 후발 대선 주자들이 여론조사 선두권을 형성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겨냥해 "박근혜 같다"고 비판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대권주자들이 부패, 무능, 패권주의, 불통의 상징이 돼버린 박 대통령을 경쟁 후보를 동일시하는 '박근혜 프레임' 씌우기에 골몰하면서, 향후 본격화할 대선 국면에서 정책대결이 실종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18일 KBS 대선주자 토론회에 출연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다 됐다고 누가 얘기하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촛불민심과 광장의 민심은 박근혜를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것이지만, 제2의 박근혜가 나오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제2의 박근혜라는 표현은 뭘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는 "민주당의 현실이 패권적 정치에 몰려있다고 생각한다. 패권적 질서가 민주당과 국회를 누르고 있다"고 답했다. 사실상 문 전 대표를 '제2의 박근혜'로 규정한 셈이다.
남경필 경기지사도 최근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리더십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보인다"며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면, 대한민국에 또 한 번 불행한 역사가 반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라를 망친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 패권주의의 건너편엔 마치 거울에 비친 듯 문 전 대표와 친문 패권주의가 있다"고 독설을 날렸다.
문 전 대표를 향한 '박근혜 프레임' 씌우기는 정치권 곳곳에서 발견된다.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우 바른정당 의원은 17일 "사드 배치와 같은 중대한 문제를 갖고 우유부단한 입장을 취하면 문 전 대표는 대통령이 되더라도 '남자 박근혜'가 되거나 '제2의, 제3의 최순실 사태'를 벌어지게 할 수 있다"고 맹공했다.

대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도 최근 영남일보와 인터뷰에서 "나는 그 사람(문재인)도 결국 박 대통령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싱크탱크를 가동하고 국민성장을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던 사람이 최근 '경제민주화'는 쏙 빼버렸다"고 비판했다.
상대를 향해 "박근혜 같다"고 비판하긴 문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문 전 대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일성으로 "정권교체로 변한 게 없으니 정치교체 해야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옛날에 박근혜 후보가 정치교체를 말했죠"라고 일갈했다. 반 전 총장에 대한 직접 비판은 하지 않으면서도 '반기문=박근혜'라는 프레임 씌우기를 시도한 셈이다.
민주당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반기문은 '제2의 박근혜'로 정치를 해선 안될 사람"이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이어 "정권교체도 정치교체도 아닌 사람교체에 불과하다"고 꼬집으며 반 전 총장을 박 대통령의 후계자로 지목했다.
"박근혜 같다"고 비판받은 대선주자 측은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문 전 대표 측근인 정청래 전 의원은 "문재인은 남자 박근혜"라고 발언한 김영우 의원을 향해 "정치에도 염치가 있어야 한다. 그런 말을 자꾸 하면 바른정당 지지율만 떨어질 거라고 충고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박광온 민주당 의원도 "문 전 대표를 향해 박 대통령 같다고 하는 건 굉장히 모욕적인 비난"이라며 "마치 독립유공자에게 친일후예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박 의원은 "문 전 대표가 1위를 질주하자 견제도 심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얼미터가 19일 발표한 1월 3주차 주중(16~18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전 대표 지지율은 전주 대비 2.0%포인트 오른 28.1%로 3주째 1위를 지켰다. 반 전 총장은 귀국한 뒤 본격 대선 행보에 들어갔지만 지지율은 전주보다 0.4%포인트 내린 21.8%로 문 전 대표와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번 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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