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실리콘 가격 16달러 회복…`기지개` 켜는 태양광 산업

폴리실리콘 가격이 생산업계의 손익분기점 이상으로 오르고 미국에서 대규모 모듈 발주가 나오는 등 태양광 산업이 당초 우려와 다르게 활황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뒤 태양광산업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취임식도 열리기 전에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19일 태양광 산업 조사업체 PV인사이트닷컴에 따르면 지난주 폴리실리콘 현물 거래 가격은 전주 대비 1.91% 오른 kg당 16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둘째주 이후 6주동안 9.5% 올랐다.
태양광 업계는 폴리실리콘 시황이 당분간 양호할 것으로 전망한다. 태양광전지를 만드는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 제조 손익분기점을 kg당 15달러 선으로 추산하기 때문이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정기보수 등으로 공급이 줄어 올해 1분기까지 폴리실리콘 가격은 현재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폴리실리콘 생산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온 OCI가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OCI는 지난해 일본 화학업체 도쿠야마의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공장을 인수했다. 전기요금이 국내보다 낮은 말레이시아 생산공장을 인수해 폴리실리콘 판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 공장의 연간 생산규모는 2만t으로 기존 OCI의 폴리실리콘 생산규모 5만2000t의 40%에 달한다.

OCI는 말레이시아 공장 인수로 생산규모와 수익성을 확보한 만큼 향후 현물거래 비중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전까지 주로 장기 계약을 맺고 폴리실리콘을 판매했지만 생산량을 늘린 만큼 현물시장에서 새로운 거래처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OCI 관계자는 "최근 전체 매출의 20% 수준이던 현물거래 비중을 30% 수준으로 높였다"고 말했다. 새로운 거래처와도 향후 장기 계약을 맺을 수 있다고 OCI는 보고 있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 직후 태양광산업 위축을 예상한 증권업계의 시각도 바뀌고 있다. 교보증권은 올해 폴리실리콘 수요가 공급보다 약 1만t 많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화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의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현상인 그리드 패리티 확산, 증설된 태양광 모듈 생산설비의 가동률 호조, 폴리실리콘 생산 설비 증설 부진 등으로 올해 폴리실리콘 가격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폴리실리콘 제조 후방에 있는 태양전지업계에서도 대형 공급 계약이 다시 나왔다. 한화큐셀은 최근 미국 2위 전력회사 넥스트에라로부터 900메가와트(MW) 규모의 태양전지 모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만 54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넥스트에라는 지난해에도 한화큐셀로부터 1.5기가와트(GW) 규모 태양전지 모듈을 공급받았다.
태양전지업계는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자 공포에 휩싸인 바 있다. 트럼프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늘리는 에너지 정책을 채택하고 있어서다. 미국 대선결과가 나온 11월 셋째주부터 지난주까지 태양전지 셀·모듈 현물 가격은 10주 연속 하락했다.
하지만 이번주 하락세가 멈추면서 여러 해석이 등장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태양전지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태양전지 가격이 반등하는 국면으로 접어든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오는 6월 30일부터 태양광 보조금을 13~19% 줄일 예정이기 때문에 그 전에 태양전지 설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트럼프가 취임한 뒤 태양광산업을 위축시키는 정책에 섣불리 나서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태양광 산업의 고용창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태양광산업협회는 태양광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20만9000명으로 석탄 산업의 2배 이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현준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위적 성장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이 트럼프 태양광 정책의 골자"라며 "대규모 발전 설비를 중심으로 미국 태양광 시장의 성장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큐셀이 미국 전력회사로부터 대규모 계약을 따낸 것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