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안종범(4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전경련 임원에게 국정감사와 검찰 수사에서의 허위진술을 지시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 부회장은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와 안 전 수석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검찰이 "(이 부회장이) 국감에 출석할 때마다 안 전 수석이 전화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모금했다는 취지로 말해달라'고 한 것이냐"고 묻자, 이 부회장은 "그랬을 것으로 짐작된다"며 "어떨 때는 국감이 끝난 뒤 (안 전 수석이) '잘했다'고 연락하기도 했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은 또 "청와대 국감을 앞두고 안 전 수석이 '(두 재단과 관련해) 진술해야 하는데 뭐라고 해야 할지 전경련 차원에서 말하라'고 지시했다"며 "(전경련) 상무가 수기로 (진술할 내용을) 정리해서 (안 전 수석에게) 보고드렸다"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은 또 이 부회장에게 검찰 조사에서도 허위로 진술하라고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부회장은 검찰 조사를 받기 직전 안 전 수석으로부터 '청와대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진술하라는 부탁을 받았고, 여러 차례 전화를 피하자 전경련 직원에게 허위진술을 부탁하는 취지의 메모까지 남겼다고 설명했다.
법정에서 공개된 메모에는 '수사팀 확대, 야당 특검, 전혀 걱정 안 하셔도 되고 새누리 특검도 사실상 우리가 컨트롤하기 위한 거라 문제없다. 모금 문제만 해결되면 문제없으니 고생하겠지만, 너무 걱정 말라'고 적혀 있다.
이밖에 이 부회장은 안 전 수석이 '압수수색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로 2차례 전화했고, 이 때문에 직원에게 지시해 휴대전화를 파쇄해주는 업체에 맡겼다고 진술했다. 그는 "(지시가 없었으면) 휴대전화를 교체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이 두 재단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응할 방안을 지시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라고 언급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부회장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관해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자 안 전 수석이 두 재단을 해산하고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안 전 수석이) 동일한 지시 방안을 'VIP(대통령을 지칭)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디지털뉴스국]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