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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 살린 동생의 활약에 냉정한 언니도 웃었다
입력 2017-01-17 20:26 
흥국생명의 친자매 김재영(왼쪽)과 김수지(오른쪽). 사진(인천)=이상철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이상철 기자] 흥국생명이 IBK기업은행을 꺾고 선두를 지킨 17일, 수훈선수로 인터뷰실에 자리한 건 ‘자매 김수지(30)와 김재영(29)이었다.
조송화(24)를 대신해 주전 세터로 선발 출전한 김재영은 큰 부담을 이겨내고 팀 승리에 앞장섰다. 그는 이날 수훈선수에게 주어지는 ‘수지 메달의 주인공이었다.
박미희 감독(54)은 오늘은 잇몸으로 잘 버텼다. 김도희(20) 대신 김재영을 선발 출전시켰는데, 무엇보다 심리적인 요인을 고려했다. 실전 감각은 부족(이전까지 4경기 출전)해도 배짱이 있다”라고 말했다.
김재영은 이날 경기에서 매 세트 선발 출전하며 야전사령관 역할을 했다. 훈련양이 부족해 호흡이 잘 맞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역할을 잘 수행했다. 1서브 2블로킹 포함 5득점까지 기록했다.
2006-07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현대건설에 지명됐지만 백업 멤버였다. 2010-11시즌을 끝으로 V리그를 떠나기도 했다. 그러나 언니 김수지의 제의와 부모님의 기대에 다시 코트로 돌아왔다.
베테랑이지만 주전 세터는 거의 처음이었다. 게다가 선두 자리가 걸린 중요한 경기였다. 부담감이 적지 않았을 터. 김재영은 풀타임 소화는 처음인 것 같아. 솔직히 경기를 앞두고 부담이 컸다. 그런데 나이가 있으니 (동생들 앞에서)티를 못 내겠더라. 그냥 오늘 이것저것 막 다한 것 같다”라며 웃었다.
이어 김재영은 나부터 어색하지 않으려 했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재영(21), 러브(26) 등 주공격수를 살리는 방향으로 가장 먼저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김수지는 경기를 앞두고 김재영에게 블로킹, 수비 등 하나부터 열까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언니의 조언 덕분인지 김재영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박 감독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언니의 평가는 냉정했다.

김수지는 동생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을 받자,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승리했으니 그것만으로 잘 했다. 결과만 따지면 90점을 주고 싶다. 하지만 냉정히 평가하면 60점이다. 경기 도중 볼 배분이나 이단 연결이 터무니없을 때가 있었다”라고 답했다. 더 잘 해야 한다는 것. 괜히 기댈까봐, 동생에게는 칭찬에 인색한 언니다.
그래도 표현을 잘 안 할 뿐, 잘 했다는 이이야기다. 김수지는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해 속공 등 호흡이 완벽할 수 없었다. 그래도 걱정했던 것보다 동생이 괜찮았다”라고 말했다.
흥국생명은 이날 IBK기업은행을 꺾고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1경기를 덜 치른 가운데 IBK기업은행에 승점 5점이 앞서있다.
김수지는 현재 다른 팀이 물고 물리는 가운데 우리가 치고 나가는 중이다.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 우리 모두 우승을 희망하고 있다”라며 동생과 함께 정상에 설 그 날을 꿈꿨다.
흥국생명이 선두 자리를 공고하게 지키기 위해선 오는 20일 한국도로공사전이 매우 중요해졌다. 조송화를 도와주자는 생각이 강하다는 김재영은 다시 한 번 주전 세터로 나갈 가능성이 크다.
박 감독은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닌 조송화의 결장을 일찌감치 예고했다. 박 감독은 오늘 경기를 통해 믿음이 가지 않겠나”라며 김재영을 한국도로공사전에 중용할 의사를 피력했다.
김수지가 늘 강조했던 언제 찾아올지 모를 그 기회다. 김재영은 사흘 뒤 더 나은 플레이를 약속했다. 김재영은 오늘은 정신이 없었다. 첫 경기부터 수훈선수로 뽑힌 데다 기자회견까지 참석했다. 언니 말을 더 잘 듣고 준비 더 잘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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