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신기 있어도 '지지직'…터널 십중팔구 '먹통'
입력 2017-01-09 19:30  | 수정 2017-01-09 20:53
【 앵커멘트 】
지난해 화제가 된 터널이란 영화입니다.
갑작스런 붕괴로 한달 넘게 터널에 갇혀 버린 남성이 휴대폰 조차 밧데리가 나가고 오로지 차량 라디오를 통해 바깥소식을 들으며 구조를 기다리는 얘기죠.
실제로 우리 현실에선 이게 가능할까요?
영화처럼 터널이 무너지거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라디오로 재난방송을 들을 수 있기나 한 건지 박상호 기자가 현장을 점검했습니다.


【 기자 】
지형상 터널이 많은 부산 도심의 한 터널입니다.

장장 길이 2km에 달하는 터널에 진입하자 잘 나오던 라디오 음악 소리가 '지지직'거리기 시작합니다.

(라디오 현장음)

또 다른 터널, 진행자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아예 잡음에 묻혀 버립니다.

▶ 인터뷰 : 라디오 현장음
- "오이 농사 20년 넘게 지으신 아버님의 생신이에요…."

모두 라디오 수신기가 설치된 곳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 스탠딩 : 박상호 / 기자
- "이곳은 경남 창원에 있는 쌀재터널입니다. 지난해 10월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인근 야산에 산사태가 났는데, 여기는 라디오 수신상태가 어떤지 확인해보겠습니다."

1.4km 길이 터널 안 대부분 지점에서 라디오가 잡히지 않습니다.

(라디오 현장음)

지난해 9월 강진 이후 지진 공포에 휩싸인 경북 경주와 울산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운전자들도 무감각한 게 사실입니다.

▶ 인터뷰 : 김정아 / 울산시 울주군
- "운전하고 다녀도 별생각 없이 다녔죠. (터널에 갇혔을 때) 라디오도 안 나온다면 굉장히 조급해지겠죠. 당황이 되고…."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전수조사 결과 전국 터널 10곳 중 9곳 이상이 수신 불량 판정을 받았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터널에도 수신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수신기를 설치한 곳도 '먹통'인 터널이 태반일 정도로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MBN뉴스 박상호입니다. [ hachi@mbn.co.kr ]

영상취재 : 정운호 기자
영상편집 : 이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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