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과도한 `해외재보험 쇼핑` 추가자본충당 페널티 부과
입력 2017-01-09 17:38  | 수정 2017-01-09 21:52
매년 8000억원이 넘는 보험료가 해외 재보험사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조치가 추진된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주요 보험사들이 참여하는 재보험제도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는 해외 재보험사에 재보험을 맡기는 국내 보험사에 재보험 규모에 따라 지급여력비율(RBC)을 더 쌓도록 강제하는 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이 같은 조치가 시행되면 그만큼 자본금 충당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해외재보험사에 재보험을 맡기는 유인이 줄어들게 된다. 금융당국과 재보험 사업을 운영하는 주요 보험사들이 이 같은 페널티 마련에 나선 것은 보험사들의 과도한 '해외재보험 쇼핑' 때문에 상당 규모의 재보험료가 해외로 새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이 해외에서 받은 재보험료에서 해외 재보험사에 납부한 재보험료를 뺀 해외출재수지는 2014년 -6억7000만달러에서 2015년 -7억2000만달러로 큰 폭 악화됐다.
재보험은 일반 보험사가 개인·기업 등 고객과 맺은 보험계약 일부를 재보험사에 넘기는 '보험사를 위한 보험'이다. 보험료 보상액이 큰 대형 보험계약의 경우, 보험사들은 일정한 비율로 보상액 부담을 재보험사와 나눠 지거나 자체 여력으로 부담할 수 있는 책임한도액을 정하고 이를 넘기는 금액은 재보험에 가입하는 전략으로 리스크를 분산한다. 주로 자동차, 화재, 해상, 배상책임보험 등 일반 손해보험 영역에서 이뤄지는데 많게는 보유계약분의 70~80%를 재보험사에 넘기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국내 보험사의 보험료율 산출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국내 보험사들이 주로 해외 재보험사를 찾았고 이 과정에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보험료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국내에 지점을 내고 영업을 하고 있는 글로벌 1·2위 재보험사인 뮌헨리, 스위스리 등 8곳의 대형 외국계 회사보다 10%가량 저렴한 재보험료를 내건 중국이나 중동 재보험사를 찾아 글로벌 재보험 쇼핑에 열중하는 국내 보험사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가격만 보고 상대적으로 검증이 덜 된 소형사에 재보험을 넘기다 보니 사고가 터졌을 경우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한화손해보험은 2012년 SK텔레콤으로부터 받은 휴대폰분실보험 90%를 말레이시아 재보험사에 넘겼다가 이 재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해 400억원대 손해를 입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TF에서는 국내에 지점 영업을 하고 있는 해외 재보험사에 재보험을 드는 것은 예외로 인정하고 지점 없이 영업하는 중국 등 해외 재보험사에 재보험을 드는 경우, RBC를 더 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보험사가 지급한 해외재보험료 중 국내에 지점을 갖추지 못한 재보험사에 맡기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 <용어 설명>
▷ 재보험 : 보험사가 인수한 계약 일부를 다른 보험회사(재보험사)가 인수하는 것으로 '보험사를 위한 보험'을 말한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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