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AI의 역설…연초 날아오른 닭고기株
입력 2017-01-09 17:33  | 수정 2017-01-09 21:50
지난해 말부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닭·오리 사육농가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관련주는 급등하는 'AI의 역설'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닭고기 공급과잉이 해소돼 사태 진정 후 해당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살처분 보상금을 설 연휴 이전에 조기 집행한다는 계획도 대형 양계 업체들의 현금 흐름에 기여할 것이란 전망도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표적인 닭고기 관련주 하림의 주가는 지난달 1일 이후 이달 9일까지 14.7% 올랐다. 또 다른 양계 기업인 마니커의 주가는 같은 기간 상승폭이 좀 더 커서 22.6%에 달했으며, 양계 업체 동우의 주가도 6.1%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중순 충청남도와 전라북도에서 최초로 발병한 AI가 지난해 12월 들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AI 확산 기간에 오히려 주가가 꾸준히 오른 모양새다.

이 같은 주가 흐름은 이례적이다. 통상 AI가 발병하면 종(種) 간 감염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닭이나 오리와 같은 가금류 소비를 꺼리는 데다 대규모 살처분이 발생해 양계사업 실적이 크게 악화되게 마련이다. 실제로 지난달 1~27일 이마트 집계에 따르면 닭고기 매출은 2015년 동기 대비 27.6% 감소했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8일까지 AI로 살처분된 산란계(알 낳는 닭)는 230만여 마리로 전체 사육 규모의 33%에 달한다. 단군 이래 최악의 AI라는 초대형 악재로 양계 업체들의 실적 악화가 예상되지만 오히려 주가는 오르는 'AI의 역설'이 벌어지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살처분 보상금 때문에 AI에도 불구하고 양계주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현재 정부는 AI 발생 농가에 피해액의 80%, 예방적 살처분 대상 농가에는 100%를 지급하고 있다.
한 축산 전문가는 "영세한 자영 양계업자와 달리 대형 양계업자들은 AI에도 사업 존속 여력이 높다"면서 "AI 사태 진정 후 보상금을 이용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달 초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하림, 다솔, 동우를 포함한 대형 양계 업체들은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정부 AI 살처분 보상금의 80%가량을 독식했고, 이후 AI로 경영난에 처한 개인 농가를 흡수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총 2300억여 원에 달하는 보상금은 사태 진정 시 3000억~4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보상금이 설 연휴 전에 대부분 집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형 업체들에 2500억~3000억원의 현금이 유입될 전망이다.
보상금이 조기 집행되면 양계 업체들 피해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양계와 도축, 유통을 거쳐 유입되는 속도보다 보상금으로 빨리 현금을 확보해 이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통상적으로 병아리 부화 후 매출이 발생할 때까지 3~6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만큼의 기간이 절약되는 셈이다. 유통 과정에서 발생되는 물류비용과 인건비를 포함한 부대비용도 사실상 절감하게 된다.
닭고기 가격 인상에 대한 기대감도 양계주 랠리에 불을 지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이달 육계 산지 평균가격이 ㎏당 1600~18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00원보다 약 20% 높게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양계농가 증가로 급증했던 닭고기 공급이 AI 여파로 줄어들어 가격 인상 요인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우, 돼지와 달리 닭은 생육 기간이 짧고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가 다양해 가격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면서 "AI를 이유로 양계주에 투자할 때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태양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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