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매경 대담 "미중 통상충돌때 한국은 두 코끼리에 밟히는 잔디"
입력 2017-01-09 16:58 

"한국기업이 미국기업과 같은 창의적 혁신을 이루려면 '우물안 개구리' 식의 국내 인력이 아닌 아닌 최고의 글로벌 인재를 뽑아야 합니다."
한국 기업의 혁신·창의성 부족이 한국경제 재도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유장희 매일경제 상임고문의 진단에 대해 데이비드 바인스타인 컬럼비아대 교수가 내놓은 해법이다.
8일(현지시간)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가 열리고 있는 미국 시카고 하얏트 리젠시 호텔에서 바인스타인 교수는 유 고문과 대담을 통해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엔지니어를 채용할 때 가장 뛰어난 한국인 엔지니어를 뽑는 반면 미국 대표 기업들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엔지니어를 채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더 광범위한 인재 풀을 활용해 성과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상 전문가로 꼽히는 바인스타인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바로 '중국 때리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심각한 수준의 미·중 통상 충돌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한국은 "두 마리 코끼리가 서로 싸울 때 그 아래에 밟히는 '잔디'와 같은 신세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중이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하면 결국 피해보는 것은 교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라는 설명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유장희 매일경제 상임고문=향후 세계경제를 전망하자면.

▶데이비드 바인스타인 컬럼비아대 교수=앞으로 5년 간 세계경제의 최대 불확실성 중 하나는 트럼프 행정부다. 트럼프가 자국 기업의 진출을 가로막고 국제법을 무시하는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미국의 일탈은 중국 등 다른 국가의 일탈을 부를 것이다. 이는 세계 경제에 잠재적 위험 요인이다. 비슷한 사례로 레이건 전 대통령도 여러 무역 장벽을 높였다. 그 결과는 쌍둥이 적자(재정적자·무역적자) 였다.
-유 고문=보호무역주의 등 트럼프 경제정책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
▶바인스타인 교수=트럼프의 경제 정책에서 내가 확신하는건 그가 취임하면 달라질거라는 점이다. 실제로 경험하면서 배우면(learning by doing) 변할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도 취임 초엔 자유무역에 회의적이었으나 곧 중요성을 깨닫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비롯해 여러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 트럼프 역시 여러 가지 특이한 공약을 제시했으나 현재 좀 물러서는 분위기이니 두고볼 필요가 있다.
-유 고문=트럼프의 통상정책이 보호무역주의와 반세계화로 보여지는데.
▶바인스타인 교수=이는 성장의 문제다. 미국은 성장의 혜택이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았다. 이유는 세계화와 정보기술(IT) 혁명이다. 세계화로 인해 미국 노동자가 낮은 임금의 다른 나라 노동자와 경쟁하게 되었고 IT혁명으로 공장 로봇 값이 떨어져셔 단순 작업은 사람에서 로봇으로 대체됐다. 단순 일자리는 다시는 비숙련 근로자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트럼프가 간파하고 일자리 복원을 외친 것이다. 트럼프는 기술의 진보를 일자리 상실의 원인으로 보지 않았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는 손쉽게 비난할 희생양이 필요했던 것이다. 교육을 받지 못해 일자리를 잃은 자신에게 책임을 찾기 보다는 이민자나 외국에 책임을 돌리는 것이다.
-유 고문=트럼프의 폐쇄적인 이민정책 도입도 우려되고 있다.
▶바인스타인 교수=그렇다. 미국 IT기업들이 성공한 이유는 뛰어난 이민자들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의 지도자가 새겨들어야할 내용이다. 한국의 대표 기업들은 엔지니어를 채용할 때 가장 뛰어난 한국인 엔지니어를 뽑는다. 반면 미국 대표 기업들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엔지니어를 채용한다. 미국은 더 광범위한 인재 풀을 활용하는 셈이다. 한국 학생이 미국 학생들보다 수학, 과학을 더 잘할지 몰라도 한국 기업이 미국 기업보다 더 잘 할 수 없는 이유가 이것이다. 미국인이 한국인보다 똑똑하지 못할지라도 똑똑한 인재를 뽑아 쓸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 내각이 갑부임을 감안하면 전문성과 지식을 갖춘 이민자들의 문호는 오히려 더 개방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이민자들은 훨씬 더 좁은 문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유 고문=트럼프 행정부 경제 관료들이 반 중국 성향으로 채워졌다. 어떻게 평가하나.
▶바인스타인 교수=트럼프 행정부 초기에는 중국 때리기가 본격화 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중국은 쉽지 않은 협상 대상국이다. 미국이 관세를 올리거나 쿼터 등으로 수입제한 조치를 하면 중국은 다른 부문에서 보복조치를 취할 것이다. 중국 때리기는 결국 미국 소비자의 희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트럼프가 이 과정에서 경험으로 배우는 바가 있으면 좋겠으나 양국이 보복을 반복하는 무역 충돌로 확대될 수도 있다. 이는 자유무역으로부터의 상당한 후퇴를 초래할게 분명하다. 대공황 당시 그 같은 일이 벌어졌다.
-유 고문=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과의 통상 갈등으로 한국에도 보호무역 조치를 쓴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바인스타인 교수=미·중 통상 충돌이 발생하면 한국은 손 쓸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을 것이다. '두 마리 큰 코끼리가 서로 싸울 때 짓밟히는 건 그 아래 잔디'라는 말이 있는데 딱 한국에 해당된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또 다른 문제는 미국이 추진하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실패하게 되면서 아시아 지역에서의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리더십을 중국이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의 과제는 양대 강국 사이에서 슬기롭게 살길을 찾는 것이다.
[시카고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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