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무대책·무대응·무호응` 윤병세는 3무 외교장관
입력 2017-01-09 16:52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고 있지만 한국 외교는 리더십 공백기에 손놓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과 일본이 사드 배치와 소녀상 설치룰 이유로 번갈아 가며 강공을 펼치고 있지만 뒷북 대응이나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속시원한 대책도 못내놓고 있다. 게다가 국민의 지지 조차 받지 못하는 무능력을 드러내고 있다. 한마디로 전략적 사고가 없는 '임시 방편 외교'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외교의 사령탑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한국민의 감정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한 일본의 공세에 강력한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방송(NHK)에 출연해 "10억엔 냈으니 한국 성의 보여라"고 도발적인 발언을 했지만 외교부는 이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그렇다고 일본을 압박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 윤 장관은 소녀상 설치 관련 주한 일본 대사의 임시 귀국에 대해 "유감 표명 후 위안부 합의를 착실히 이행해 나가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위안부 협상이나 소녀상 문제에 손을 놓고 낙관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게 대다수 국민들의 심정이다. 지난해 9월 한국 갤럽이 위안부합의와 관련해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84%가 "일본이 사과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답했고 63%는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국민적 호응이 없는데도 윤 장관은 위안부 합의 직후 "어려운 협상 끝에 24년간의 난제를 풀어낸 최선의 결과"라는 인식을 보였다.
무대책, 무대응, 무호응의 '3무 외교'의 책임은 지난 5년간 한국 외교의 사령탑이었던 윤 장관과 무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외교부 내에서조차 "너무 로우키 대응이다. 입장을 강경하고 확실히 전달하면 일본도 초강수를 두기보다는 다른 방법을 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탄식이 나온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당시 위안부 합의를 해서는 안된다는 부정적 기류가 상당했고, 특히 소녀상 관련 내용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었다"며 "하지만 청와대에서 강경하게 밀어 붙였고 이후에는 외교부에서 최선의 합의였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니었겠느냐"고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전직 외교부 고위관료들과 전문가들은 외교부를 향한 고언을 쏟아내고 있다. 먼저 대국민 설득으로 국민적 지지 기반을 다지고. 이어 유엔 등 국제 무대에서 우리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주흠 전 외교안보연구원장은 9일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외교부에 전략적 사고가 결여돼 있다"며 "상대에게 헛점을 보이고 지나치게 기대감을 높인 게 중국과 일본의 역공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이 전 원장은 "(위안부 합의문에서) 불가역적이라는 문구는 외교적으로 쓰는 표현이 아니다"며 "한일간의 문제는 정권 차원에서 끝낼 문제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는 "현재 한국 외교는 정제된 우리의 전략과 전술 입장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그저 발로 뛰고 워싱턴 출장길에 오르는 언론 플레이만 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한미동맹 강화로 외교 문제를 완화시켜 한다는 현실론도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와의 한미 정상회담이 언제 열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2월께 미국을 방문해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할 윤 장관으로서는 ICBM과 관련한 한미 공조를 원만히 이끌어 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맞춰 보내는 축전에서 취임 축하 이상의 메시지를 담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축전에는 한미동맹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의 '핵심축'(linchpin·린치핀)이라고 규정하면서 북한·북핵 문제 해결과 한미동맹 발전 등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자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는 한미동맹 강화가 중국과 일본과의 외교 문제를 푸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안두원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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