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사이버 공격 시달리는 EU…지난해 EU본부 해킹시도 20% 늘어
입력 2017-01-09 15:45 

유럽연합(EU) 본부에 대한 해킹 시도가 지난해 급증한 사실이 밝혀졌다.
정확한 해킹 세력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러시아가 최대 위협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는 가뜩이나 러시아의 미국 대선 해킹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주목된다. 8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작년 한해 EU집행위원회 서버 해킹 시도 횟수는 110번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대비 20% 증가한 수치다.
EU측은 러시아를 해킹 용의자로 직접 지목하는 것을 꺼리고 있긴 하지만 사이버 안보와 관련해 가장 걱정하는 대상은 러시아다.
러시아가 작년 치러진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미국의 여러 정보기관과 상원 의원들에 의해 점점 그 윤곽을 드러내면서 EU고위인사들은 올해 이어질 유럽 선거에 러시아가 개입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올해 10월 독일 총선에서 4연임 도전장을 내민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최근 "러시아가 독일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경고했다.
4월 대선을 앞둔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의 작년 한해 사이버 공격 횟수는 전년대비 두배 증가했다.
장 이브 드리앙 프랑스 국방장관은 8일 "프랑스가 미국 대선에서 일어난 사이버 공격과 같은 위협으로부터 보호돼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말했다.
한편 EU집행위는 단일화폐인 유로화 관리뿐 아니라 28개 회원국의 민감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을 계기로 보안 강화에 나섰다.
EU 고위관료들은 암호화된 이메일을 사용하도록 권고 받았고 집행위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사이버 안보 협력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나토에 따르면 작년 일어난 해킹 사례들은 그 수가 전년대비 증가했을 뿐 아니라 더욱 교묘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줄리언 킹 EU안보담당 집행위원는 FT에 "EU집행위를 포함한 유럽의 많은 기관들은 지속적으로 사이버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이런 위협은 더 공격적이고 위험하며 잠재적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고 경고했다. 킹 위원은 그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공격은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려 하는"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EU와 사이버 안보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나토 자체도 해킹 문제로 고초를 겪고 있다. 2015년 기준 나토는 매달 약 320개에 달하는 해킹에 시달렸으며 작년에는 그 강도가 더 심해졌다. 나토의 한 관계자는 "나토 해킹은 양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질적으로 더 복잡하고 심각해졌다"고 전했다.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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