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새해 밝힌 촛불…1000만명 평화집회 대기록 세웠다
입력 2017-01-01 15:21  | 수정 2017-01-02 15:38

"5, 4, 3, 2, 1.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지난달 31일 정유년을 맞는 새해 카운트다운이 진행된 서울 종로 보신각 일대. '송구영신'을 기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울려 퍼졌다. 촛불집회 참가자, 맞불집회 인원, 제야의 종소리를 듣기 위해 모인 가족·연인 등 이날 시민들이 보신각을 찾은 이유는 저마다 달랐으나 이들이 공통적으로 소원한 것은 하나. 비선실세 국정농단 스캔들로 얼룩졌던 병신년을 보내고 '상식과 정의가 통하는' 정유년을 맞는 것이었다.
31일 광화문 광장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퇴진을 요구하는 100만(주최측 추산) 인파가 몰리며 올해 들어 열번 째 주말 촛불집회를 열렸다. 국정농단 스캔들에 분노해 지난 10월 29일 청계광장에서 3만 명의 시민들로 시작된 촛불집회는 31일(밤 10시30분 기준) 100만명이 모이며 약 두 달만에 연인원 1000만명을 돌파했다.
촛불집회를 주도해온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측은 "단일의제로 1000만 명이 집결한 역사상 최초 사례"라고 밝혔다. 반면 경찰은 이날 광화문 광장 일대에 6만5000명이 운집한 것으로 추산해 여전히 주최측과의 극심한 차이를 보였다.
시민들은 병신년 마지막날까지 평화시위 기조를 지켰다. 박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보수단체의 맞불집회가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같은 공간에서 지속되면서 간간이 양측간 고성이 오고갔지만 심각한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광장에 모인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이날도 청와대, 총리공관, 헌법재판소 세 방향으로 행진을 하고 박 대통령의 즉각퇴진, 헌재의 조속한 탄핵 심판 결정 등을 촉구하는 외침을 이어갔다.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퍼포먼스도 축제분위기를 이어갔다. 광화문 남측 광장에는 닭으로 변장한 예술인들이 '닭 잡아야 새벽 온다'라고 새긴 깃발을 든 채 북·꽹과리를 치며 굿을 벌이는 퍼포먼스로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보신각 인근에서 타종행사를 기다리런 직장인 조모 씨(39)는 "연말이라 다들 가족, 연인과 시간을 보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사람 많아 놀랐다"며 "올 한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국민들이 상처를 극복하고 새해엔 상식과 정의가 통하는 대한민국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처음 집회에 나왔다는 이명수(28)씨는 "이번 스캔들 후로 뉴스도 챙겨보고 나랏일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국민과 더 잘 소통하는 정치 문화가 새해엔 꼭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새해 소원을 말했다.
이날 부산과 광주 등 전국 주요도시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촛불집회가 열렸다. 부산(5만7000명)과 광주(2만), 대구(4000) 등 지방에서도 약 10만 명이 모여 올해를 마감하는 송구영신 집회를 가졌다.
아울러 이튿날인 1일 새벽부터 강원도 속초 20만 명, 강릉 10만 명, 동해 3만5000여 명 등 강원도 동해안 6개 시군 해맞이 명소에는 경찰 추산 35만500여 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경남 창선·삼천포 대교와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 한산도 앞바다가 바라보이는 통영 이순신공원, 남해안 다도해를 조망할 수 있는 하동 금오산 정상 등 경남의 해맞이 명소에도 각각 수천 명의 관광객이 몰렸다.
[우성덕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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