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인플레이션의 역습’ 유가 급등 전망속 금리인상도 전망
입력 2016-12-01 16:49 

4년동안 ‘D(디플레이션)의 공포에 떨던 글로벌 경제에 ‘I(인플레이션)의 역습이 시작됐다. 지난달 ‘인프라 투자, 대규모 감세, 규제 완화의 3박자가 어우러진 경제 활성화 공약을 내건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단초였다. 이후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을 촉발할 것이란 예상 속에 채권금리가 연일 고공 행진을 거듭해 왔다. 여기에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전격적으로 감산 합의에 이르자 인플레이션 심리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미국이 물가 급등세를 막기위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경우 신흥국의 급격한 자금이탈이 우려된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OPEC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정례회의에서 하루 생산량을 3250만배럴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는 OPEC의 지난달 하루 평균 생산량보다 120만배럴 적은 양이다. OPEC 비회원국인 러시아도 감산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감산 결정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배럴당 40달러 후반에서 움직이던 배럴당 국제유가가 55~70달러대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날 보도했다. 라이언 토드 도이치뱅크증권 애널리스트는 이 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대부분의 시장 참가자들은 60달러 안팎이 최적의 지점(스윗스팟·sweet spot)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OPEC 감산 결정에 힘입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내년 1월 인도분이 9.3% 급등한 49.44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10년만기 국채금리는 전날 보다 0.09%포인트 급등한 2.38%까지 치솟았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의 10년만기 국채금리도 일제히 올랐다.
앞서 올해 하반기들어 주요국의 소비자물가는 조금씩 상승세를 지속해왔다. 미국의 경우 연준의 주요 물가지표로 간주되는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부문 제외)는 지난 9월 1.7%(전년동월대비) 올랐고 전체 PCE 물가지수는 2014년 11월 이후 최대인 1.2% 상승세를 보였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6% 오르며 2014년 10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미 꿈틀거리고 있는 미국 물가에 유가 상승 요인이 더해지면 인플레이션 속도가 가팔라질 수 있다. 유가 상승은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을 통해 별다른 시차 없이 물가에 곧바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생산자물가도 10월에 1.2%나 껑충 뛰면서 4년 10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중국 생산자물가 상승은 유럽과 미국 등 중국산 제품을 대량 수입하는 나라들 물가 상승 요인이 된다. 또 세계 최대 원자재 수입국인 중국 제조업 경기 회복세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1.7로 전월(51.2)보다 상승했다고 1일 발표했다. 이는 2014년 7월(51.7)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고치로,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51.0을 크게 상회한 수치다. PMI가 50을 밑돌면 경기 위축, 웃돌면 경기 확장을 의미한다.
오랜 기간 ‘D의 공포에 시달려온 유로존 국가와 일본에게 ‘I의 역습은 희소식일 수 있다. 마크 챈들러 브라운브라더스해리만 화폐전략 헤드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유가 상승이 많은 국가의 디플레이션 우려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며 일본도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유독 미국만 물가상승 속도가 가파르다는 점에서 한국과 같은 신흥국에는 글로벌 자금 이탈로 인한 금융위기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신 보고서에서 미국 트럼프발 인플레이션 부상과 함께 임금상승 압력이 커지고 기준금리 상승 속도가 한층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고 미 경제전문방송 CNBC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에 연준이 0.25%포인트씩 네차례나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9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내년 금리인상 횟수를 두차례로 시사한 바 있다.
글로벌 자금은 벌써부터 이동방향을 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이후 2주 동안 글로벌 자금이 북미 지역에 366억달러 순유입된 반면 신흥국에서는 73억달러 순유출됐다. 이달부터 시작될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경우 자금 유출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지금 상황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국가 금융위기의 한 원인이 된 1994년 미국발 금리인상과 판박이란 지적도 나온다. 당시 유럽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1년새 금리를 7차례나 급격히 올리면서(3.0%→6.0%) 멕시코 등 신흥국 금융위기가 왔고, 결국에는 태국·인도네시아·한국 등 동아시아 위기로 전염된 바 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세종 = 조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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