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융지주사 이슈` 삼성생명 주가 탄력받나
입력 2016-11-14 17:34  | 수정 2016-11-14 19:40
요즘 시장에서는 삼성그룹의 주력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이 핫 이슈로 떠올랐다. 시장의 큰 관심만큼이나 주가도 탄력을 받고 있다. 14일 삼성생명은 전 거래일 대비 4% 오른 11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11일 전날 대비 4.7% 상승한 데 이어 2거래일 연속 4%가 넘는 급등세를 보인 셈이다. 주가에서 큰 움직임이 없었던 삼성생명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시장은 11일 삼성생명이 삼성증권 지분 10.94%를 취득해 지분율 30.1%까지 끌어올린 데 주목하고 있다. 시장은 이를 두고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방증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올 초 삼성카드에 이어 11일 삼성증권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지분율 30%를 넘겼다. 지분율 14.98%를 보유 중인 삼성화재 지분만 추가로 확보하면 금융지주사로 변신할 수 있는 모든 절차를 마무리짓는다.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을 축으로 금융지주사 체제를 갖추려면 금융자회사 중 상장회사는 30% 이상, 비상장회사는 50% 이상 지분율 요건을 갖춰야 한다. 삼성생명은 삼성자산운용(98.73%), 삼성카드(71.86%), 삼성증권(30.1%)을 비롯한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들고있다. 시장에서 논의되는 유력한 시나리오는 삼성생명을 둘로 쪼개는 것이다. 삼성생명을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나눠 투자부문이 삼성생명 사업부문과 여타 금융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가 유력하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의 증권 지분 매입은 금융지주회사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이 같은 시나리오가 주가에 미칠 영향이다. 증권전문가들은 삼성생명이 들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가치가 부각되면서 삼성생명 주가도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금산분리 규제상 금융지주사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5% 이상 들고 있을 수 없게 돼 있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55%를 들고 있다. 시점을 쉽사리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금융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최소 삼성전자 지분 2.55%를 매각해야 한다는 얘기다. 삼성생명이 들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7.55% 취득원가는 시가보다 훨씬 낮은 5690억원에 불과하다.
이를 근거로 지분 2.55% 취득원가를 계산하면 1921억원 선. 반면 14일 종가 기준으로 삼성전자 지분 2.55%의 가치는 5조5000억원에 달한다. 매각차익이 5조3000억원을 넘는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1조2096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삼성생명 입장에서는 삼성전자 지분을 파는 순간 4년치 순이익을 훌쩍 넘는 규모의 이익을 올릴 수 있는 옵션을 들고 있는 셈이다. 삼성화재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30%를 넘기는 데 약 2조원의 실탄이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해도 삼성생명은 지배구조 개편 절차를 통해 막대한 지분 매각 차액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삼성생명이 한꺼번에 삼성전자 지분을 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헌 연구원은 "금융지주회사법상 삼성생명은 지주사 전환 이후 5~7년의 유예기간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삼성생명은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삼성전자 지분을 순차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되면서 삼성생명이 본업에만 집중해 사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시장에서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주사 전환이라는 과제를 해결한 이후 기업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생보사 1위로서의 사업적 매력이 시장에서 부각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중간지주회사 자격으로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삼성생명의 지주회사 전환은 아직 시나리오에 불과해 주가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삼성생명은"검토 중이나 정해진 바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다.
지주사 전환 기대감을 제외한 삼성생명의 실적 기대감이 크지 않은 것도 걸림돌이다. 2018년 국제회계기준 변경(IFRS4 2단계 도입)에 따라 대대적인 자본 확충이 필요한 점도 변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내년 삼성생명 연간 순이익 전망치는 1조3700억원으로 올해 전망(2조1000억원)보다 34%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삼성생명 본사 매각이익과 삼성카드, 삼성증권 지분 염가매수차익 등 일회성 이벤트에 기대 실적이 전년 대비 올랐지만 자본 규제가 강화되고 보험 신계약 성장세가 정체되는 내년에는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한승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이 빠르게 금융지주사 면모를 갖추고 있지만 이른 시일 내 지주사 전환은 어려울 것"이라며 "지주사 전환과 금리 인상에 따른 기대감 요인을 제외하면 주가 상승 촉매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홍장원 기자 /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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