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부개편 심층진단] 통일부 폐지해도 되나?
입력 2008-01-22 05:25  | 수정 2008-01-22 09:14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의 가장 논란거리는 통일부 기능을 각 부처로 통합시키는 부분입니다.
개편안에 따른 기능 조정보다 진보와 보수의 정치적 다툼으로 번져가고 있는 통일부 폐지 논란에 대해 김성철 기자가 짚어봅니다.


인터뷰 : 김형오 / 인수위원회 부위원장
- "외교부와 통일부를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외교통일부를 신설합니다. 종전의 통일부 기능을 남북 대화 등 핵심 역량 기능 위주로 재편합니다."

인터뷰 : 이재정 / 통일부 장관
- "정말 남북 관계 미래에 이렇게 분산하고 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느냐에 대한 회의가 들고 참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참담한 기분이다."

존폐 논란 속에 유지 쪽으로 가닥을 잡는 듯 했던 통일부는 결국 어제(21일) 대통령직인수위가 국회에 제출한 정부조직개편안에 따라 사실상 폐지의 운명을 맞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통일부의 기능은 어떻게 나눠지는 것일까?

현재 통일부의 주요 역할은 크게 4가지, 북측 통일전선부와의 회담은 신설되는 외교통일부로, 북한 이탈 주민 지원은 각 지방자치단체로, 대북경제협력은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로 넘어가고 대북 정보 분석은 국가정보원으로 이관됩니다.

이같은 조직 개편에 대해 인수위원회 측은 한 부처가 독점하던 대북 업무를 모든 정부 부처가 함께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바꿔 투명성과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인터뷰 : 김형오 / 인수위 부위원장
- "지금식으로 거의 대부처가 됐는데 통일부 놔둔다면 직원이 100명도 안될꺼에요. 직원이 몇십명에 불과한 아주 초라한 부처가 돼서 다른 부처의 협조도 받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통일부 존속을 주장하는 쪽은 남북 관계 악화는 물론이고, 기능 분산에 따른 부작용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 김근식 / 경남대 정외과 교수
- "북한이 경제협력 분야 조차도 통전부가 주도하고 지휘하는 상황에서 남측이 상응하는 컨트롤 타워없이 북한에 대해서 중구난방적으로 기능적 접근을 한다면 효과적인 대북전략을 수립할 수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 존폐는 정치적인 갈등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 손학규 / 대통합민주신당 대표
- "통일부와 같은 정부조직은 단지 기능적인 부분이 아니고 우리의 민족정신 시대정신이 반드시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민주당과 민노당도 통일부 폐지에 적극 반대한다는 입장입니다.

통일부 유지와 폐지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도 팽팽한 상황입니다.

한 여론조사 결과 통일부 폐지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38.5%, 반대 의견은 35.5%로 찬반 격차가 오차범위 내여서 우열을 가리기 힘듭니다.

하지만 통일부 폐지 여부에 대해 정치권이 쉽게 접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 등 주변국들과의 공조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기반으로 남북 경제협력을 강화한다는 것을 남북관계 출발점으로 잡고 있습니다.

반면, 통일부를 유지해야 한다는 쪽은 북한 문제는 민족 사업이라는 인식으로 계속된 접촉을 통해 양측이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전문가들은 새정부의 구상대로라면 당분간 남북 관계 발전은 더뎌질 수 밖에 없다는 전망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퍼주기라는 지적을 받던 남북관계가 새롭게 정립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논란 속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북측은 첫 반응으로 새해 첫 남북회담인 남북 철도분과위원회 회의를 무기한 연기시켰습니다.

새정부의 일련의 대북 정책에 대해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낸 셈입니다.

지난 10년간 두 번의 정상회담, 크고 작은 남북 경협 성과물과 함께 불투명한 협상과정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던 통일부.

"이제 통일부의 단순한 존폐를 떠나 실질적인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협상 통로 확보와 투명한 협상 과정 확보를 위해 어떤 길이 더 바람직한지 논의가 필요합니다."

mbn뉴스 김성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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