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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옥중화` 진세연 "제 연기 점수요? 10점 만점에 5점"
입력 2016-11-14 07:01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긍정적인 성격이라 51부작을 잘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어떻게 (감독님께) 잘 해낼 수 있다고 말했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 땐 이병훈 감독님과 꼭 사극을 해보고 싶었던 생각에 자신감이 넘쳤던 것 같아요.”
쑥스러움에 배시시 웃는 진세연의 동그란 눈은 어느새 수줍은 반달 모양이 됐다. MBC 주말 사극 ‘옥중화의 히로인, 옥녀의 눈빛은 여전히 살아있지만 ‘현실녀 진세연의 표정은 드라마 속 옥녀와 비교하면 한결 여유로워보였고, 티없이 맑았다.
‘옥중화 종영 이틀 후인 지난 8일 한남동 모처에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진세연은 그 어떤 감정보다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 끝나면 어떤 생각이 들 지 정말 궁금했었어요. 그런데 너무 아쉽더라고요. 조금만 더 열심히 할걸 하는 아쉬움이 컸어요. 누구보다 더 열심히 했다고는 말 못해도 정말 지금까지 해왔던 것 중엔 제일 열심히 해왔다 자부하는데. 아쉬움 하나가 계속 남아있네요.”
‘옥중화는 진세연에게 특별한 작품이었다. 데뷔 7년 만에 처음 출연한 정통 사극. 그것도 ‘사극 명장 이병훈 감독의 마지막이 될 지 모를 연출작의 꽃이 되는 순간이었다. ‘옥중화를 망설임 없이 택했던 첫 번째 이유가 된 이병훈 PD와의 작업은 진세연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
이병훈 감독님은 현장에서 배우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주시는 분이세요. 그 점에서 정말 감사합니다. 많은 배려를 해주셨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감독님만의 확고한 연기 스타일이 있으셔서 제가 준비한 것과 다른 해석, 연출을 따라가는 데서 때로는 혼란이 오기도 했어요. 하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저에게 믿고 맡겨 주시기도 해 뿌듯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옥중화는 쉬운 작품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옥녀의 분량 자체가 어마어마했다. 대사가 많았던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옥녀의 온갖 수난을 맨몸으로 표현해야 했다.
‘옥중화를 통해 저는 제가, 이렇게 빨리 많은 분량의 대사를 외울 수 있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하하. 물론 촬영 끝나면 바로 잊어버리지만요. 세트장 촬영은 제가 NG를 내면 상대 배우의 집중도 깨지는 촬영 환경이기 때문에 부담이 컸어요. 그래서 세트에 들어가면 거의 잠을 안 자고 무조건 대사 외우는 데 몰두했죠. 주위에선 ‘뭘 먹고 버티냐 물어볼 정도였는데, 따로 먹는 건 없고 그냥 밥심이었답니다 하하. 그런데 막판엔 정신은 또렷한데 혀가 꼬여 발음이 안 되기도 했네요.”
진세연만큼이나 극중 옥녀의 고생도 말이 아니었다. 진세연은 옥녀가 정말 밝은 아이라 생각했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옥녀가 불쌍하더라. 옥에 갇혀 목숨 걸고 싸우는 장면 중 옥녀가 힘들어하는 컷이 있는데, 그 순간 특히 너무 불쌍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특히 진세연은 옥에서 팔다리가 묶인채로 기어가 밥 먹는 씬이 있는데, 찍으면서 옥녀가 정말 불쌍하다 느꼈다. 후일 명종이 오라버니로 등장하긴 했지만 그때로선 세상천지에 혈육이 아예 없었던 거니까. 옥녀가 너무 비현실적인 능력을 지닌 캐릭터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나로서는 옥녀가 너무 불쌍한 아이였다”고 강조했다.
쉽지 않은 여건이었음에도 진세연은 현장에서 웃음을 잃지 않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비결에 대해 묻자 그는 선배님들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정말 힘들었지만 선배님들이 저를 너무 걱정해주시니까 오히려 힘이 나더라고요. 한 분도 빠짐없이 좋은 분들과 했다는 점에서 저는 복을 타고난 것 같아요.”
윤태원 역의 고수에 대해서도 고마움을 전했다. 진세연은 고수 선배님이 내성적이고 조용하시단 이야기를 들었는데 의외로 첫 회식때부터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고, 초면에서 오는 어색함을 풀어주려 계속 다가와주셨다. 친해진 뒤에는 연기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태원과 옥녀의 러브라인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은 점은 못내 아쉽다. 태원과 옥녀가 즐거울 새도 업이 갑자기 옥녀가 태원을 멀리하게 돼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많은 경험치 없이 ‘이병훈의 여주인공이 된 진세연을 일각에서는 ‘신데렐라로 보기도 하지만 진세연은 나는 오히려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며 겸손해했다.
50부작을 하면서 정말 많은 경험을 했어요. 이렇게 힘들고 다양한 걸 경험해봤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더 자신 있게, 제 의견이 들어간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음 작품에서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티 낼 수 없었던, 작품이 진행 중일 땐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없었던 고충도 있었다고. 스스로의 부족함에 대한 책망과 그로 인한 부담과 스트레스 때문이다.
종방연 때 감독님께서 ‘세연이가 120% 이상을 해줘 고맙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엔 감사드리면서도 제가 그에 대한 보답을 못 한 것 같아 죄송스러웠어요. 사실 시청률도 잘 나오긴 했지만 제가 더 잘 했으면 화제성 면에서도 더 조명받을 수 있었을텐데 싶어 속상했고 사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답니다.”
그때문일까. 데뷔 첫 정통사극에 타이틀롤로서 51부 대장정을 이끈 스스로에 대한 점수는 야박하게도 10점 만점에 5점”이란다.
더 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지만, 나머지 5점은 시청자들이 어떻게 보셨을 지 모르니까. 그 여지를 남겨두고 차근차근히 올라가야죠. 많은 점수를 줄 수 있도록요.”
연기를 하면 할수록, 특히 사극을 하다 보니 단점이 많이 보이더라”는 진세연은 특히 후반부 대행수로서 리더십을 표현해야 하는 장면에서 스스로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고 술회했다.
그렇지만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다”는 점은 그의 다음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시청자들께는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저 스스로는 전보다 성장했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어요. 일단 대본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는 것, 초반엔 감독님이 하나하나 잡아주셨지만 이후엔 감독님이 저를 믿고 맡겨주셨어요. 화면으로는 티가 안 나겠지만(웃음) 스스로 느끼기에 그런 부분이 있었고요, 다음 작품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옥중화 51부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가 얼마나 성숙해졌을까 궁금하기도 해요. 그래서 빨리 차기작을 하고 싶기도 하고요.”
끝나고 나니 염색을 너무 하고 싶어 곧바로 밝은 톤으로 바꿔봤다”며 해맑게 웃는 진세연. 차기작은 결정된 것이 없지만 ‘청춘시대 같은 실제 나이대에 맞는 평범한 이야기도 재미있겠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특히 진세연은 그동안 너무 무거운 캐릭터를 많이 해왔다. 하나를 해도 나라 걱정을 하거나 죽음까지 이르는 캐릭터가 많았다”며 동시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psyo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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