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순실이 닭키우기 게임’ 직접 해보니…충격 결말
입력 2016-10-28 16:16 
<사진출처 = 구글 플레이 스토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지목받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 로 인해, 국민들이 막장 드라마보다 더 한 현실을 직면하면서 강한 분노와 함께 허탈감에 빠져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한 휴대폰 게임이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순실이 닭 키우기란 휴대폰 게임은 지난 26일 출시된 지 이틀만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강타하며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도 댓글이 100개 이상 달리고 실시간 검색어에도 모를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순실이 닭 키우기 게임을 직접 체험하고 개발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한 이 게임을 통해 많은 사람들은 마치 게임 속으로 현실도피를 떠나는 듯하다. ‘그래 이건 현실이 아니야. 꿈일거야. 게임 한판 하고 나면 끝나겠지라며··· 기자 역시 그러한 마음으로 직접 게임에 도전해봤다.
게임 시작후 엔딩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약 30초면 충분했다.
게임을 실행하면 ‘64세. 그것은 부모에게서 떠나 사회를 향해 떠나는 시기. 닭은 대체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소개 문구가 유저들을 반겼다.

유저들은 20초동안 ‘고소고발‘ ‘댓글알바 ‘북풍‘ ‘물뿌리기 ‘펜세우기‘ ‘구국의결단 버튼을 통해 닭의 지지도, 지능, 유신력 중 한가지 수치를 조절할 수 있다. 그렇게 조절한 지지도, 지능, 유신력의 수치에 따라 엔딩이 달라지는 구조다.
엔딩은 기사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또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언급을 자제한다. (그래도 궁금하다면 게임을 직접 해보시라)
순수한 마음으로 게임을 하다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이 개발자의 정체는? 대한민국을 한순간에 발칵 뒤집어 놓은 최순실씨를 이리도 잘 풍자한 이는 누구란 말인가.
추적 끝에 28일 오후 개발자와 접촉할 수 있었다. 다음은 패기넘치는 개발자와의 일문일답.

-직업이 뭔가.
▲H대학교 게임학과 4학년 000이다. 나이는 26살로 현재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본인이 실명공개를 원하지 않아 익명으로 처리했다)
-개발경력은 얼마나 되나.
중학생때 스타1 커스텀 맵을 만든걸 계기로 지금까지 개발활동을 하고 있다. 남들이 제 게임을 재미있게 하는 모습이 좋아서 이 진로를 선택했다.
-이 게임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닥터 스트레인지 영화를 재미있게 보고 집에 와서 뉴스를 봤는데 이건 꼭 게임으로 만들어내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대부분의 창작자들은 이번 사태에 큰 절망을 느끼지 않았을까. ‘최순실 게이트가 웬만한 창작물보다 훨씬 재미있는 상황인데. 게임은 프린세스 메이커2, 언더테일에서 영향을 받았다.
-게임을 만들면서 신변걱정은 없었는지. 지금 벌써부터 개발자를 지켜줘야한다는 여론이 있는데
▲솔직히 게임을 만들 때에는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사실 게임이 이렇게 관심을 받을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주변에서도 ‘약하네 정도의 반응이었다. 다만 게임이 너무 알려지니까 지금은 좀 무섭다.
-게임을 직접 해보니 아무리 노력해도 엔딩이 하나 밖에 없더라. 다른 엔딩도 있나.
▲엔딩은 총 2개로 게임 능력치 중에 특정 능력치를 매우 높게 올리면 볼 수 있다. 근데 이거 엔딩 좀 위험한데···
-기자도 같은 생각이다. 엔딩을 늘리거나 업그레이드할 계획은 있나
▲‘물들어 올 때 노 젓는다는 마음가짐으로 게임을 만들었지만 배 타고 삼도천까지 가버린 기분이다. 원래 계획대로 게임성을 보강하고 엔딩 몇 개를 더 추가한다음 마무리할 계획. 물론 그때까지 신변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신변에 위협이나 이런건 없나
▲그러지좀 마라 (웃음)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당연히 없다. 무서워서 잠도 거의 못 잤고 집 문을 잘안잠그고 다녔는데 지금은 무조건 잠그고 다닌다.
-게임의 인기를 예상했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만큼 지금 이 상황이 국민의 이목을 집중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개발자로서도 이 상황이 매우 씁쓸하다.
- 솔직히 디자인은 좀 별로더라. 파트너 디자이너가 있나. 없다면 구할계획은
▲주변에서 약간의 도움을 받았는데 본인이 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 게임 완성도를 높이는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혼자서 해도 충분할거 같다.
-고양이가 게임을 만들었다는데 고양이 실제로 키우나.
▲ 실제 게임을 만든 개발자 고양이는 앤디 워홀이 그린 파란 고양이라는 작품이다. 고양이를 키우고 싶지만 여건이 안되기 때문에 그림 한 장을 사서 벽에 걸어 두고 있다. 앤디 워홀을 찍은 사진사가 미래에는 누구나 15분간 유명해질 수 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고 하는데 그 말이 지금 제 상황과 비슷한 거 같아서 꽤나 기분이 묘하다.
- 기존에 개발한 게임도 많던데 대표작 몇 개 소개해달라
▲대부분의 게임들이 소개할 만큼 완성도가 높지 않아서 사실 꺼려진다. 그나마 한 개를 소개한다면 ‘순실이 닭 키우기 게임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건전한 ‘건물균형수호대가 있다. 양쪽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수학 게임이다.
- ‘순실이 닭 키우기 게임이 주목받고 있는데 개발자로서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할 계획인가
▲당장 게임을 더 만들거나 돈을 엄청 벌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우선은 실력을 가다듬어서 미래에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 취직도 해야하고···
- 개발자 일은 계속 할 계획인가. 목표나 꿈이 있다면.
▲죽을 때까지 개발을 하고 싶다. 가늘고 길게 사는게 인생 목표였는데 이 게임을 만들어서 짧고 굵게 갈 까봐 무섭다(웃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꾸준하게 만드는게 목표이자 꿈이다.
[디지털뉴스국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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