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아무것도 모른다던 최순실, 獨유령회사 지분 정리중
입력 2016-10-28 14:57  | 수정 2016-10-29 15:08

여기요? 아침마다 우리(한국인)들끼리 ‘최순실 봤어요?라고 묻는 게 인사말이 됐죠. 교포사회도 그야말로 벌집쑤셔 놓은 듯 해요.”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내려 약 40여분간 차를 타고 최순실·정유라 모녀가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진 슈미턴 지역으로 이동하는 동안 픽업을 나온 한 교민이 전해준 현지 분위기다.
특히 세계일보가 지난 27일자로 최씨 인터뷰를 보도한 이후 교민 사회가 더욱 술렁이고 있다. 최씨가 이미 9월말 살고 있던 슈미텐 단독주택지에서 이사차를 불러 떠난 것으로 다들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언론과의 인터뷰에 등장해 대서특필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뷰 이후 최씨 종적은 또다시 묘연한 상황이다. 슈미텐에서 만난 주민들은 인터뷰를 주선해 준 쪽이 어디 몰래 숨겨 주고 있는것 아니겠어요. 호텔이나 여기 한인들 동네 있으면 금방 눈이 띄기 때문에 아마도 한적한 외곽쪽으로 나갔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지 주민들도 최씨 파문으로 인한 피해가 크다고 하소연했다.
교민 A씨는 원래 이 동네는 독일에서 드물게 한인들이 많이 모여 살면서도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좋던 곳”이라며 지역언론까지 ‘탈세 운운하며 한국인 비리를 대서특필하고 있어 요즘은 한인들에게 집 세놓기를 꺼리지 않을까 염려하는 분위기”라고 푸념했다. 일각에선 최씨가 인터뷰 직후 곧바로 다른 곳으로 빠져나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씨가 독일에 설립한 것으로 추정되는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가 프랑크푸르트 뿐만 아니라 베를린 지역에도 있기 때문이다. 소문만 무성할 뿐 그 어느 누구도 최씨의 실체를 봤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최씨가 여전히 슈미텐 인근을 떠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돈다. 검찰수사를 앞두고 그간 만들어놓은 현지법인들을 청산 또는 정리하기 위해선 직접 등기소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매일경제는 취재결과 실제 최씨가 불과 몇일 전에도 현지법인의 대표와 지분을 변경한 사실을 확인했다.
28일 독일기업 정보 사이트 ‘피르멘비센에 올라온 더블루K 독일 현지 법인의 기업보고서를 입수해 조회한 결과 고영태씨가 더블루K 대표이사에서 사라지고 업무 대리인이었던 박재희 씨가 대표이사로 새로 이름을 올렸다. 고씨는 한국 더블루K법인 이사로 일하며 최씨의 측근 노릇을 해왔지만 최근 최씨와 갈라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5일 박승관 변호사에서 고씨로 대표이사를 변경한지 딱 하루만이다. 지난 20일에 대표이사를 박 변호사로 바꾼 지 닷새 만에 고씨를 대표이사로 올리더니 이번엔 다시 고씨를 잘라낸 것이다. 지난 27일 고씨가 필리핀에서 귀국후 검찰에 자진출두 후 조사받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새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린 박씨는 현지 교민출신으로 더블루K의 ‘쌍둥이 회사인 비덱스포츠 산하 비덱호텔에서 매니저 역할을 했던 핵심인물로 꼽힌다. 또다른 독일 현지 유령회사인 비덱스포츠 지분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매일경제가 28일 비덱스포츠의 기업보고서를 확인한 보니 정유라씨 독일 현지 승마 코치였던 크리스티앙 캄플라데에게 비덱 스포츠의 모든 지분이 옮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8일까지만 해도 캄플라데가 모든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26일 최씨 모녀로 잠시 이동했다. 그러나 단 하루 만에 다시 원 상태로 돌아간 것이다. 비덱스포츠의 복잡한 지분 이동과 함께 최씨 측이 현지 자금세탁 의혹의 중심에 있는 더블루K를 서둘러 정리하려는 정황이 잇따라 포착되면서 최씨 소환이 시급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슈미텐(독일) = 연규욱 기자 / 서울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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