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판도라의 상자’ 고영태 밤샘수사…무슨 얘기 나왔나
입력 2016-10-28 14:40  | 수정 2016-10-29 15:08

‘국정농단 파문의 핵심인물인 최순실씨(60·최서원으로 개명)의 최측근 고영태씨(40)가 27일 밤 돌연 검찰에 출석하면서 이튿날까지 이뤄진 조사에서의 진술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씨는 최근 10년간 최씨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인물이어서 이번 수사에서 ‘판도라의 상자의 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전날밤 9시30분께 출석한 고씨를 상대로 28일 오후까지 밤샘조사를 이어갔다. 특수본은 최씨가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모금 경위, 최씨 개인회사인 더블루K·비덱스포츠의 사업 현황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가 청와대 기밀문서를 사전에 받아보는 등 국정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핵심 조사 대상이다. 특수본은 최씨가 청와대 인사들과 긴밀하게 교류했는지, 이 과정에서 청와대 내부 문서들이 오갔는지 등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고씨는 이달 중순 JTBC와의 인터뷰에서 회장(최씨)이 제일 좋아하는 건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뜯어고치는 일”이라고 폭로했다. 이후 지난 24일 최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 PC에 담긴 각종 청와대 문건이 공개됐다. 결국 이튿날 대통령은 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당시 JTBC는 최씨가 사무실 관리인에게 처분해 달라며 두고 간 태블릿을 입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한수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과거 자신의 회사 명의(마레이컴퍼니)로 개통했던 태블릿을 최씨와 함께 사용하던 중 알 수 없는 계기로 고씨 손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고씨 진술에 따라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등 청와대 핵심인사들로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28일 오전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부회장(57)과 박 모 전무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미르·K스포츠재단이 대기업들로부터 774억원을 모으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기업들의 자금 출연 과정에 최씨나 청와대의 개입 또는 강요가 있었는지 집중 조사했다. 특히 모금에 참여한 기업 중 어느 곳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지, 각 기업 별로 해당 업무를 전담한 사람이 누구이며 어떤 과정을 통해 모금이 이뤄졌는지도 조사했다. 이 부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기업들 뜻을 모아 내가 낸 아이디어로 두 재단을 설립했다”는 기존 주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재단은 최씨와 또다른 비선실세로 의심받는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47)이 청와대 비호를 받아 기획·운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르재단에는 삼성 현대차 SK 등 16개 그룹이 486억원, K스포츠재단에는 19개 그룹이 288억원을 단기간에 출연했고 이중 일부는 최씨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검찰은 또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 등 두 재단 관계자 8명의 주거지도 이날 압수수색했다. 정 전 이사장은 최씨의 단골 스포츠마사지 센터를 운영했던 인물이다. 그는 최씨가 재단 운영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되자 이사장직 제안은 전경련에서 받았다”고 해명한 뒤 지난달 29일 사임했다. 검찰은 앞서 26~27일 재단·전경련 사무실과 최씨 주거지 등 16곳에서 확보한 압수물도 분석 중이다.
[이현정 기자 /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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