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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구르미` 이준혁 "내시 역, 내 안에 여성성 있어요"
입력 2016-10-28 09:47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감초 장내관 役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인데 이름은 몰랐던 이들이 많았을 것 같다. 이번에는 제대로 본인의 얼굴과 이름을 알렸다. '육룡이 나르샤'에서 무휼 스승이었던 그는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이영(박보검)을 향한 '일심' 가득한 장내관 장훈남 역으로 그 역할을 다했다. 게시판 등에는 외모와 달리 내시 역이 너무 잘 어울렸다는 의견이 꽤 많았다. 박보검과의 '케미'도 좋았다는 평이 잇따랐다.
배우 이준혁(44)은 "그 역할로서 받은 정말 정말 좋은 칭찬"이라며 "사실 내 안에 여성성이 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사실 처음에는 내시 가운데 (조)희봉 형이 있다는 얘길 듣고 고민을 많이 했다. 형이 '이'라는 연극에서 내시 연기를 했는데 난 절대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은 연기를 했다. 형이 목소리 톤도 높게 했기에 난 다른 부분에 집중해야 했다. 세자 저하를 부르기 전 목소리를 가다듬는다거나 팔에 세자 저하를 향한 마음인 '일심'이 그려져 있는 모습 등등이 반영됐다"고 회상했다.
동궁전 내관이었기에 박보검과의 호흡이 유독 많았던 그는 "나름 재미있는 신이 더 많았는데 편집이 됐다"고 아쉬워했다. "드라마 흐름과 맞지 않으니 어쩔 순 없다"고 수긍하면서도 "'어떤 사람을 볼 때 심장이 뛰는 마음이 뭐냐?'는 등의 이야기를 건네는 이영의 말에 '세자 저하가 나한테 연정을? 그런 줄 알았으면 가까이 들라 하시지'라고 오해하는 신 등등이 더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초반에는 홍삼놈(김유정)이 아닌 나와 잘되길 나는 혼자서 응원했다"고 농을 건네며 "나중에 저하의 마음을 알고서는 이영과 라온(김유정) 두 사람을 응원했다"고 웃었다.
박보검 칭찬은 하도 들었기에 험담을 해달라고 하니 이준혁은 그런 건 없다는 듯 "공유할 수 있는 게 전혀 없다. 굳이 말하자면 마치 종교인과 도박장에서 만난 느낌이라고나 할까"라고 웃으며 "보검이는 술, 담배, 심지어 커피도 안 마신다"고 전했다. "보검이는 정말 착하다. 이번 포상휴가 때 큰아들을 데려갔는데 보검이가 같이 사진도 찍어주고 낚시도 하며 놀아주는 등 특히나 신경을 많이 써줘 고마웠다."
이준혁은 사실 '구르미'에 출연하지 않으려 했다. 전작 '육룡이 나르샤'에서 사극이 힘들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수염 붙이지 않는 내관이라서 덥석 하겠다고 했다"고 또 농을 쳤다.
연극 무대에 주로 섰던 이준혁의 스크린 데뷔작은 2008년 강형철 감독의 영화 '과속 스캔들'이다. 강 감독과의 인연이 깊다. 굳이 따지자면 영화계에 이끌어준 고마운 이이기도 하다. "강 감독이 용인대 출신이다. 용인대에 강의(마임 전문가인 이준혁은 여러 학교에서 8년 정도 강의를 했다)를 나갔을 때 만나 강 감독 단편 영화에 많이 출연했다. 예전에는 '형철아, 연기란 말이야'라며 조언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감독님~'하며 따라다닌다(웃음). 강 감독은 정말 의리파다. 한 편 빼고 모든 연출 영화에 날 써줬다. 한 대기업이 후원해서 찍은 실험영화만 참여 못했다."
이후 이준혁은 영화사에 프로필을 돌리러 다녔다. 문전박대도 많이 당했다. 운 좋게 배우 겸 감독 조재현이 추천해 전규환 감독의 '애니멀 타운'에 출연하며 또다른 영화의 매력을 알게 됐다. 그는 "연극은 플레이어가 관객과 소통한다. 영화는 플레이어가 영상에 나오고, 또 그 사람이 관객과 같이 영화를 보는 쾌감이 있더라. 물론 같이 본다는 게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좋아했다.
그는 최근 MBC '라디오스타'에도 출연해 관심을 받기도 했다. 곧 KBS2 '해피투게더'에도 출연한다. 이준혁은 "에피소드가 몇 개 없는데 '라스'에서 너무 전력투구를 했다"며 촬영 뒷이야기도 전했다. "예능에서 치고 들어가야 한다던데 난 못하겠더라. '라스'에서 말을 빨리했는데 다른 사람이 내 이야기를 끊고 못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고백하며 웃었다.
애가 셋인 이준혁은 "연극할 때보다 벌이가 좋아진 것 같아 좋다"며 "지금 생각하면 천만다행이다. 계속 연극판에 있었으면 애 셋을 키우기 힘들었을 것 같다. 지금도 그리 풍족하진 않지만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 만족해했다. 육아의 고생담도 한마디로 정리했다. "현장은 컷이 있는데 아이들과 놀 때는 없다. 100테이크를 더 가기도 한다. 그래도 아이들은 나를 일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물론 강제로"라며 또다시 너스레를 떨었다.
이 드라마 덕분에 사람들이 더 많이 알아봐 준다는 이준혁은 "차근차근 밟아가는 게 좋다"며 "지금이 좋다. 욕심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평생 할 연기인데 천천히 걸어가면 될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그는 박보검, 유아인, 송중기 등 젊은 배우들과 연기하며 배운 점도 전했다. "순발력, 자신감을 배웠다"며 "그 친구들이 자신 있게 연기하는 게 부럽더라. 감정망이 얇고 울렁거림이 금방금방 생기던데 리허설 때부터 그 감정들이 부들부들 떨리는 게 전해졌다. 대단한 것 같다"고 추어올렸다. 그러면서 또 장난인 듯 진지하게 본인의 바람을 덧붙였다. "멜로 연기 정말 정말 하고 싶다. 중년의 사랑도 있지 않나?(웃음) '구르미'에서는 이영 해바라기였는데 다음에는 나도 러브라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하하."
jeigun@mk.co.kr/ 사진 유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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