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결별요구에 숨질 때까지 폭행…피해자 母 지인 밭에 매장까지 재연
입력 2016-10-24 17:32 
사진=연합뉴스
결별요구에 숨질 때까지 폭행…피해자 母 지인 밭에 매장까지 재연



4년 전 동거 여성을 살해한 사무실과 암매장한 시골 밭을 경찰과 함께 다시 찾은 30대 남성은 지나칠 정도로 덤덤하게 그날의 범행을 재연했습니다.

충북 음성에서 결별을 요구하는 동거녀를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이모(38)씨에 대한 현장검증이 24일 실시됐습니다.

이날 오전 11시께 청주 상당경찰서 숙직실에 모습을 드러낸 이씨는 하얀 마네킹 위에 올라타 때리는 시늉을 했습니다.

이씨는 2012년 9월 중순께 동거 여성 A(당시 36세)씨가 '헤어지자'는 말에 격분, 폭행해 살해한 혐의(폭행치사 등)로 구속됐습니다.


실제 범행 장소는 음성의 한 빌라였지만 4년이 지난 현재 그곳에 다른 사람이 살고 있어 부득이 경찰서에서 현장 검증이 진행됐습니다.

이씨의 무자비한 폭행에 싸늘한 주검이 된 A씨의 시신은 둘이 함께 살던 빌라에 3일간 방치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신이 부패해 범행이 들통날 것을 두려워한 이씨는 비로소 A씨의 시신을 암매장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현장 검증에서 이씨는 마네킹을 노끈으로 묶은 뒤 파란색 플라스틱 통에 담아 차에 실었습니다. 이어 20㎏짜리 시멘트와 삽도 함께 실었습니다.

운전은 형의 설득에 못 이긴 이씨의 친동생(36)이 도왔습니다.

암매장 장소는 이씨의 집과 2.2㎞ 떨어진 음성군 대소면의 인적 드문 밭입니다. 이곳은 A씨 어머니의 지인 소유였습니다.

현장검증 장소를 옮긴 뒤에도 A씨는 시종 태연하게 범행을 재연했습니다.

조사 결과 이씨는 암매장 당일 낮에 미리 와 가슴 높이까지 땅을 파 놓은 뒤, 같은 날 오후 10시께 다시 와 A씨의 시신을 묻었습니다.

범행 후 4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씨의 기억은 비교적 또렷했습니다. 그가 지목한 암매장 위치는 실제와 단 1m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씨는 미리 파놓은 구덩이에 통에 담긴 A씨 시신을 넣고, 발각되지 않게 준비해 간 시멘트를 개어 부었습니다.

끝으로 흙을 덮어 암매장 흔적을 없애는 장면까지 재연을 마친 이씨는 머리를 긁적이며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워낙 외진 곳이라 주변에 경찰 외에는 지켜보는 사람이 없었던 때문인지 범행을 재연하는 이씨의 모습은 꽤 적극적이었고, 범행 과정을 묻는 경찰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했습니다.

하지만 숨진 피해자에게 미안하지 않으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굳게 입을 닫았습니다.

이날 현장 검증을 마친 경찰은 조만간 사건을 마무리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입니다.

경찰은 '4년 전 한 여성이 동거 중인 남성에 의해 살해돼 암매장됐다'는 첩보를 입수, 수사를 벌여 지난 18일 오전 음성군 대소면의 농사를 짓지 않는 밭에서 백골 상태의 A씨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시신은 뼈만 남은 채로 옷가지나 소지품은 없었고, 결박할 때 쓴 것으로 추정되는 노끈이 있었습니다.

경찰은 이씨를 긴급 체포한 뒤 추궁,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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