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늙고 싸우기만 하는 대한민국, 체제 개편이 재비상의 길
입력 2016-10-24 17:10 

대한민국은 이미 조로(早老)했다. 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소득계층, 세대, 지역, 노사간 갈등이 임계치를 넘보고 있다. 조타수 역할을 해야 할 정부는 갈등 조정능력을 상실했고, 정치권은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갈등을 풀기는 커녕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통치체제(거버넌스)와 그로부터 비롯되는 각종 시대착오적인 낡은 관습, 기득권에 묶여 대한민국이 고꾸지기 직전의 위기를 겪고 있다.
침몰하는 한국호(號)를 ‘그레이트 턴어라운드(great turn around 대전환)해야 한다.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을 선언함으로써 ‘판을 미래지향적으로 갈아엎을 기회가 왔다. 개헌 논의가 정치권 정쟁 도구로 변질되도록 내버려둬선 안된다. 위기가 기회다. 개헌 논의 시작은 한국 사회 전반을 옥죄고 있는 갈등 에너지를 긍정적인 발전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
한국의 사회갈등은 이미 위험 수위다. 24일 매일경제신문이 한국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을 대상으로 ‘사회갈등지수를 산출한 결과 한국의 잠재 갈등 수준은 마약과 부패에 시달리는 멕시코, 쿠테타 후폭풍에 휩싸인 터키 다음으로 높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한국의 갈등 지수는 1.88로 OECD 평균 1.13 보다 1.6배 높았다. 이는 13위 미국, 15위 일본, 25위 독일, 26위 프랑스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그리스(5위) 이탈리아(8위) 포르투갈(12위) 스페인(18위) 등 심각한 재정 위기와 국가 채무에 시달리고 있는 이른바 ‘피그스(PIGS) 국가 보다도 심각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성장→사회갈등→사회 응집력 저하→저성장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낡은 거버넌스와 정책 프레임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진단했다. 거버넌스 개혁의 첫걸음은 ‘개헌이다. 현행 헌법은 1987년 체제 설립 이후 30년간 급변한 경제·사회상을 담아내지 못하고 지적을 받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각계 전문가를 초빙한 ‘MK현인그룹 24명에게 ‘바람직한 통치체제에 대한 긴급 설문을 진행한 결과 87.5%(21명)은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적절치 않다”고 입을 모았다. 대안으로는 ‘4년 중임제를 꼽는 의견이 70.8%로 압도적이었다. 뒤이어 내각책임제(12.5%), 현행 유지(12.5%) 순이었다. 반면 내치(內治) 권한을 수상에 넘긴 분권형 대통령제 방안으로 거론되는 ‘이원집정부제를 지지하는 견해는 4%에 불과했다.
현행 단임제를 바꿔야 하는 이유로 ‘정책 수행의 일관성 부족을 꼽는 전문가가 72.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지나치게 비대한 대통령 권한과 함께 ‘책임지지 않는 대통령을 꼽는 의견이 각각 13.6%로 뒤를 이었다.
MK현인그룹은 한국 경제·사회가 줄어든 파이를 놓고 ‘바닥으로의 경쟁을 펼치는 ‘공동체 실패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사회갈등과 국론분열이 이어지며 현재 남미형 추락과 선진국 도약의 기로에 놓여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런 난국 돌파와 관련해 현행 5년 단임제는 소득양극화, 구조조정 등 산적한 현안을 장기적 안목에서 풀어갈 수 없다며 MK현인그룹은 ‘사망선고를 내렸다.
이를 대신해 ‘4년 중임제를 최적의 대안으로 꼽았다. 그 이유로는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선 ‘일관성 있는 경제정책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설문에 참여한 성태균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관성 있는 경제정책 추진을 위해 단임제보다는 4년 중임제가 한국에 적합하다”며 일본을 예로 들었다. 내각제 특성상 정권교체가 빈번했던 상황에서 ‘잃어버린 20년을 맞았던 일본이 강력한 아베 정권 이후 안정 기조를 되찾고 있는 모습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한국도 ‘지속가능성 있는 거버넌스 수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도 사회적 갈등 해소와 저성장 탈피를 위해선 개헌을 통한 거버넌스 개혁이 해답”이라며 이를 통해 정부가 일관성 있고 예측가능한 정책을 수립해 시행할 때 집단이기주의와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열심히 하는 정부는 연임이 가능하게 하고 못하는 정부는 국민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이원집정부제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 교수는 다음 정권은 추락하는 성장동력을 회복하는 동시에, 완전한 핵 능력을 보유한 북한을 상대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게 된다”며 정치·외교와 경제·사회 분야로 역할을 분담하는 이원집정부제가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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