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낙태수술 의사 처벌 강화 논란…‘낙태죄’ 폐지 촉구로 번져
입력 2016-10-24 15:51  | 수정 2016-10-25 16:07

보건복지부가 최근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인공임신중절수술(낙태)을 포함하는 등 낙태수술을 해준 의사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발표한 가운데 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3일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리수술, 무허가 주사제 사용 등 8가지 유형의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집도한 의사의 자격정지 기간이 현행 1개월에서 12개월로 상향 조정될 수 있다.
특히 이번 개정안의 비도덕적 진료행위 항목 안에는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을 위반하여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한 경우‘가 포함되며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었다.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집도한 의사에 대한 처벌 강화 움직임이 일자 ‘직선제 대한산부인과협의회측은 개정안을 시행하면 낙태수술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복지부는 지난 18일 인공임신수술을 시행한 의사에 대한 처벌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하지만 이번 입법 예고를 계기로 아예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15일을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 ‘낙태죄 폐지를 위한 검은 시위가 서울, 부산 등지에서 열리고 있다.
◆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시선, 제도적 뒷받침 있어야
개정안에 대한 여론은 대체로 회의적이라는 평가다. 낙태를 무조건 막는 것보다는 산모와 태아 모두를 위한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피임에 실패할 경우 강간, 정신장애, 전염성 질환,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등 특수한 경우에만 임신 24주 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하고 있다. 때문에 음성적인 낙태 시술이 성행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있다.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과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미혼모들에 대한 정부지원은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돌봄 서비스와 양육비, 자립촉진비용 등으로 2인 가족이 월소득 136만원 이하일 때 자녀가 12세 미만이면 월 10만원, 5세 미만이면 월 15만원을 받는 데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혼모들이 낙태를 택하는 이유로 취업을 통해 자립하기 어려운 환경을 꼽았다.
같은 맥락에서 의료계도 낙태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처벌을 강화하면 미성년자들의 출산 등에 따라 사회적인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며 보건복지부도 아직 이런 사회적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선진국에서는 낙태수술에 대해 임신 주수에 따라 일정 부분 허용하고 있고 일본 같은 경우에는 사회경제적 사유까지도 허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적법한 사유가 거의 없다 보니 원치 않은 임신을 한 가정만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 불법 낙태 시술 막아야
보건복지부는 암암리에 행해지던 불법 낙태 시술을 막겠다는 게 이번 개정안의 요지라고 설명한다. 1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산부 최소 4명 중 1명은 낙태시술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출생아수가 43만8700여명 수준인데 복지부와 의료계는 매년 약 18만건의 낙태시술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적은 숫자가 아닌 만큼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주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입법예고는 기존의 비도덕적인 진료행위 유형을 더 구체화한 것일 뿐이다”라며 낙태죄도 기존부터 불법행위로 규정돼 왔지만 그에 대한 처벌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아 처벌을 강화하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낙태 의사 처벌 강화는 아예 없던 일로 하기로 결정됐지만 낙태 문제는 우리 사회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추후 사회적 논의 기구를 만들어 계속 논의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입법예고기간은 다음달 2일까지다.
[디지털뉴스국 서정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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